'중국판 ASML' 사이캐리어 첨단 반도체 테스트 장비 발표.."美 기술봉쇄 돌파" 평가

자회사 완리옌...90GHz 오실로스코프 공개

美 봉쇄로 60GHz 이상 수입 못하는 중국

"中반도체 장비 국산화 획기적인 발전"

15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박람회에 차려진 중국 반도제장비기업 사이캐리어 부스. [사진=웨이보]

'중국판 ASML'이라 불리는 반도체 장비기업 사이캐리어(중국명: 新凱來, 신카이라이)가 15일 최첨단 수준의 최첨단 반도체 측량 장비를 공개했다. "미국의 기술봉쇄를 돌파한 쾌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사이캐리어 자회사 완리옌(萬里眼)은 이날 중국 광둥성 선전서 열린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박람회에서 90GHz(기가헤르츠) 초고속 실시간 오실로스코프를 처음 공개했다.

오실로스코프는 전기 신호의 세기 변화를 파형으로 표시하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다. 첨단 인공지능(AI)칩, 6G, 광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류쌍 완리얀 최고경영자(CEO)는 "기존의 중국산 오실로스코프 성능을 500% 향상시킨 90GHz 이상의 대역폭으로, 서방의 중국 (기술) 봉쇄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산 오실로스코프는 고작 20GHz 이하의 중저가 형에 불구한 데다가 미국의 기술 봉쇄로 중국은 해외에서 60GHz 이상 대역폭의 성능을 가진 오실로스코프를 수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기술적 제약이 컸다.

반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오실로스코프는 글로벌 테스팅 기술기업인 미국 키사이트에서 제조한 것으로, 대역폭은 110GHz에 달한다. 완리옌이 이번에 개발한 90GHz급 오실로스코프는 전 세계적으로 키사이트, 텍트로닉스 등 극소수의 업체만이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다. 

류 CEO는 "우리는 서방의 첨단 전자 계측장비 규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보완하고, 시스템으로 개별 부품의 한계를 메우고, 수학적 방법으로 물리적 제약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의 서양 반도체 테스트 장비를 사용한 것과 비교해 테스트 효율성이 100배 향상됐다"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 컨설팅사 전신후이 장빈레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가 잇달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며 "오실로스코프와 같은 제품 출시가 업계 전반의 사기를 북돋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캐리어는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다크호스라 불리는 올해 창립 4년차 스타트업으로, 최대 주주는 광둥성 선전시 정부다.

중국 하이테크 기업 화웨이의 핵심 통신기술 실험실 '싱광(星光)엔지니어 프로젝트'팀 인력이 정부 투자를 받아 2021년 설립된 업체로, 그간 화웨이의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 사이캐리어 장비가 활용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4월 세미콘 차이나에서 확산·박막 증착·광학 검사·계측 등 30여종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기술을 선보여 모두를 놀래켰다.  당시 중국경영보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기술력이 AI 업계에 충격을 안긴 이른바 '딥시크 모먼트'가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재현될 수 있다"며 "사이캐리어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 '철의 장막'을 뚫을 숨은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자립자강에 속도를 내며 반도체와 관련된 국산 소프트웨어·장비·소재 등 산업도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 화타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반도체 장비 상장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국내외 반도체 장비회사의 중국 사업부 매출이 1%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중국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6% 포인트 상승한 21%에 달해 올해 말 2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