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의료 분야에서 진단 정확도 향상, 치료 개인화, 행정 업무 간소화를 이끌며 실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AI 및 의료 업계에 따르면, AI 기술은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의료 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 AI 기업 넥스트젠 헬스케어는 지난 9월 AI 기반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 ‘넥스트젠 네비게이터(NextGen Navigator)’를 선보였다. 이 도구는 환자 문의 응대, 예약 관리, 약물 보충 요청을 자동화하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지원한다. 넥스트젠 측은 이 시스템 도입으로 직원 근무 시간을 하루 2~3시간 줄이고, 환자 대기 시간을 단축해 만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질병 예측 분야에서는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활용한 ‘델피-2M’ 모델이 주목받았다. 이 모델은 진단 기록, 인구통계, 생활습관, 체질량지수(BMI)를 분석해 1000여 가지 질환의 발병 가능성과 동반질환 패턴을 예측한다. 데이터 편향 문제로 일부 비판을 받았으나, 예방 전략 수립에 활용 가능한 잠재력을 입증했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AI 에이전트의 임상 성능을 평가하는 ‘메드에이전트벤치(MedAgentBench)’ 벤치마크를 개발했다. 100개 환자 프로필의 탈식별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사 결과 업데이트, 전자건강기록(EHR) 관리 등 실제 임상 과제를 테스트했다. GPT-4o 모델은 정보 검색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으나, 복잡한 다단계 작업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의료 영상 진단 분야에서는 이탈리아 의료기기 기업 에사오테가 AI 기술을 적용한 휴대용 초음파 장비 ‘마이랩 C30 카르디오(MyLab C30 Cardio)’를 출시했다. 이 장비는 ‘HeartScan Assistant’ AI를 탑재해 실시간 뷰 분류와 이미지 품질 가이드를 제공한다. 심장 검사 시간을 단축하고 응급 상황에서의 진단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유전학 분야에서는 AI 기반 위험 예측 모델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 모델은 100만 건 이상의 EHR 데이터를 분석해 유방암, 다낭성 신장병 등 1600여 개 희귀 유전자 변이의 위험 점수를 산출한다. 모호한 검사 결과를 정밀화해 예방적 스크리닝을 지원하며, 조기 개입 가능성을 높였다.
호주 멜버른 연구팀은 피부암 진단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수천 건의 고해상도 피부 병변 이미지를 학습한 이 시스템은 수분 내 정확한 진단을 제공한다. 특히 피부암 고위험 지역인 호주에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조기 발견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AI가 의료 현장에서 진단 속도, 행정 효율, 개인화된 치료를 개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은 2024년 266억 달러에서 2030년 18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만성질환 관리와 정밀의학이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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