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과징금 3619억 확정…'역대 최대'에도 실효성 논란

  • 7개 은행·6개 증권사에 총 3746억 금전 제재

  • 당초 통지액보다 대폭 축소…첫 금소법 대규모 제재 선례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권에 과징금 3619억원이 확정됐다. 금융위원회가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의 금전 제재이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을 본격적으로 물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당초 금융감독원이 사전 통지한 약 2조원보다 과징금이 크게 줄어든 만큼 제재 수위에 대한 적정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우리·Sh수협은행 등 7개 은행에 과징금 3619억6000만원과 과태료 17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상품 손실 자체가 아닌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투자위험을 설명하는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누락하거나 분석 대상 기간을 변경한 설명서를 사용했다. 일부 은행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고객 재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투자 적합성을 판단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미래에셋·KB·신한·NH투자·한국투자·삼성증권 등 6개 증권사에도 과징금 92억8200만원과 과태료 16억1200만원을 부과했다. 은행과 증권사를 합친 금전 제재액은 3746억3200만원으로 금융위가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결정은 금소법 시행 이후 주요 금융기관의 대규모 불완전판매에 대해 금전적 책임을 확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위는 여러 차례 심의를 통해 법리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불완전판매에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재 수위를 둘러싼 논란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5개 은행에 사전 통지한 과징금은 약 2조원이었지만 이후 제재심과 금융위 심의를 거치면서 최종 3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최초 통지액과 최종 의결액은 대상 은행 수가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감경 폭이 큰 만큼 최초 산정의 적정성과 최종 제재 기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제재는 향후 고위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사건에 대한 제재 기준을 가늠할 선례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대규모 금전 제재를 통해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감독 원칙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 투자성 상품 설명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영업하는 원칙을 도입하기 위한 금소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이번 제재가 일회성 처벌을 넘어 금융상품 판매 관행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다수 금융소비자와 주요 금융기관이 관련된 금소법 위반 첫 사례인 만큼 철저한 법리 검토와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쳤다"며 "앞으로도 불완전판매 등 금소법 위반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재하고, 과징금 부과를 통한 부당이득 환수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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