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에 갇힌 유통가] 저평가 꼬리표 피했지만…자사주 소각·배당 늘려도 저평가 탈출 숙제

  • 명단 밖 유통·식품·패션기업도 PBR 0.5배 이하 수두룩

  • 매일유업 0.38배·현대百 0.37배…기업가치 개선 과제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한국거래소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명단에서 빠진 유통·식품·패션기업 상당수도 주식시장에서 순자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저평가에서 벗어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3일 한국거래소 데이터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패션기업 형지I&C의 PBR은 0.13배로 나타났다. F&F홀딩스는 0.22배, 한섬은 0.28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0.42배로 집계됐다.
 
유통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지주는 0.28배, 하림지주는 0.36배, 현대백화점은 0.37배에 머물렀다. 식품업체 가운데 매일유업은 0.38배, CJ제일제당은 0.40배, 샘표는 0.47배를 기록했다. 주류업체인 나라셀라와 보해양조도 각각 0.34배, 0.37배로 나타났다.
 
PBR이 1배 미만이면 기업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보다 적다는 의미다. 신세계(0.51배), 오뚜기(0.52배), 한화갤러리아(0.53배) 등도 순자산 가치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 1일 첫 공표된 저PBR 기업 151곳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단순히 현재 PBR이 낮은 기업이 아니라 최근 3년간 업종별 하위권에 장기간 머문 기업을 선정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공표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유통·식품기업의 저PBR에는 업종 특성과 지배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통업은 오프라인 점포와 물류센터 등 대규모 고정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수 소비 둔화와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지주회사 할인도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미국 코카콜라와 P&G의 PBR은 각각 11.2배, 6.8배로 국내 주요 유통·식품기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핵심은 같은 소비재라도 브랜드 경쟁력과 자본의 수익성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고정자산 투자 부담이 큰 구조에서 저수익 점포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고 잉여자금을 주주환원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평가 탈출 나선 유통가…배당·자사주 소각에 본업 경쟁력 강화

저PBR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도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2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따라 주당 최저배당금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였다. 지난달에는 약 758억원 규모의 보유 자사주 57만7117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노후 매장 재단장과 신규 점포 개점, 자체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농심홀딩스는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별도 영업이익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주당 배당금도 기존 2500원에서 3000원으로 높였다.
 
롯데쇼핑은 2024년부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고 백화점과 마트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주회사 BGF도 지주회사 할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본업 성장과 배당성향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존 주주환원 정책만으로 저평가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AI·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용 절감과 K-푸드를 앞세운 글로벌 진출로 영업이익률을 올려야 한다”며 “기업의 혁신과 전향적인 주주환원이 결합할 때 비로소 저PBR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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