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넘어 삶을 바꾸는 정책 나침반으로…국가통계 기반 '장애인 건강지표'의 가치‧정책적 활용 모색

  • 국립재활원, '2026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콘퍼런스' 개최…국가통계 기반 건강지표 가치 조명, 정책 연계 방안 제시

  •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수치 나열'을 넘어 '보건의료체계 책임' 묻는 지표로 진화

  • "현장 맞춤형 지표 절실"…시·군·구 세분화, 미충족 사유 규명, 국가종합계획 간 연계 촉구

  • 내시경 장벽·이동권·특화병원 등 현장 호소 잇따라…"원인 규명과 맞춤형 정책 반영할 것"

  • 복지부-국립재활원, 공표 주기 단축 및 질적·행태 지표 고도화로 건강형평성 실현 다짐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국립재활원이 주관하는 ‘2026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콘퍼런스’가 29일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 나래관 3층 중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은선덕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건강보건연구과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국립재활원이 주관하는 ‘2026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콘퍼런스’가 29일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 나래관 3층 중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은선덕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건강보건연구과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국립재활원이 주관하는 ‘2026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콘퍼런스’가 29일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 나래관 3층 중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2016년부터 축적해 온 국가 단위 장애인 건강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현장의 건강 격차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이를 실효성 있는 국가 정책 수립 및 성과 관리 지표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승인통계 추진 경과와 건강 격차 설명
호승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1부에서는 데이터의 다각적 해석과 정책적 활용 방안, 건강지표의 질적 전환을 다룬 3건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김예순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건강보건연구과 연구사는 사회보장정보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데이터처의 전수 빅데이터를 연계·마이닝하여 8개 부문 104개 항목으로 통계를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가 발표한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63.4%로 비장애인(75.7%)보다 12.3%p 낮았고, 암검진(46.4% 대 59.6%)과 구강검진(17.8% 대 26.9%)에서도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암검진에서는 자궁경부암(-23.5%p), 유방암(-19.1%p) 순으로 격차가 컸으며, 암검진 수검률은 안면장애(54.9%)와 자폐성장애(13.5%) 간 41.4%p의 편차를 나타냈다. 중증장애인의 일반검진 수검률은 53.7%로 비장애인과 22.0%p 차이가 났다.

의료이용 측면에서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입·내원일수는 55.7일로 비장애인(20.1일)의 2.8배, 입원일수는 20.2일로 비장애인(2.1일)의 9.6배에 달했다. 만성질환 유병률은 장애인이 90.6%로 비장애인(62.0%)의 1.5배였으며, 인구 10만 명당 조사망률은 3638.7명으로 전체 인구(702.6명)의 5.2배에 달했다. 

특히 10~19세 장애인 사망률은 전체 인구 동 연령대의 15.8배로 나타났다. 김 연구사는 “의료를 많이 이용하는 것이 의료에 잘 접근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수검률과 이용량의 차이를 넘어 누가, 어디에서, 왜 건강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지 격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통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에서 정책까지, 건강지표의 새로운 역할 제시
​​​​​​​은선덕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건강보건연구과장은 “보건의료 데이터는 축적되고 있으나 일상 제약, 접근성, 미충족 수요를 반영하는 공중보건 감시 지표가 부족하고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데이터 분절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은 과장은 미국 CDC의 DHDS를 통한 오하이오주 낙상예방사업 우선대상 지정, 영국 ONS 센서스를 활용한 하틀풀 지역 전략적 요구 평가(JSNA), 호주 ABS의 SDAC 조사를 반영한 장애인 전략 성과 모니터링 프레임워크 등 국외 우수 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정책평가, 지역 건강 격차 발굴, 사업 성과평가, 데이터 기반 예산 배분, 건강형평성 모니터링이라는 ‘건강지표의 5대 역할’을 제시했다. 또한 국립재활원의 5대 고도화 과제로 ▲공표 주기 단축을 통한 시의성 개선(2030년 통계는 2032년 3~4월 공표 목표) ▲기초지자체 시·군·구 맞춤형 통계 확대 ▲WHO·OECD 부합 국제비교 지표 개발 ▲정책 성과지표 신설 ▲AI 기반 2차 합병증 예측 및 지역 시뮬레이터 플랫폼 구축을 발표했다.
장애인의 건강, 숫자를 넘어 지표로 보기
​​​​​​​최민혁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수치가 원인, 추세, 정책 개입의 책임 소재와 결합될 때 비로소 ‘지표(indicator)’로 기능한다고 정의하며, 건강 결정 과정을 ‘사회적 결정요인 → 위험요인·행태 → 의료 접근·이용 → 질병·기능 → 최종 결과(사망)’로 구분했다. 정책은 상류(결정요인)에서 개입하고 하류(사망)에서 평가되므로 단계 간 유기적 해석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불평등 측정 시 ‘절대격차(차이)’와 ‘상대격차(비율)’를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2018~2024년 일반검진 수검률은 절대격차가 12.3%p로 재확대된 반면 상대격차는 0.84 수준을 유지했다. 만성질환 보유율 격차는 절대격차(36.1%p→28.6%p)와 상대격차(1.75→1.46)가 모두 감소했으나, 2023년 만성호흡기질환 추가에 따른 시계열 단절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교수는 OECD·Eurostat 기준의 ‘피할 수 있는 사망(회피가능사망, 75세 미만 대상)’ 산출을 제안했다. 공중보건 정책으로 막을 수 있는 ‘예방가능 사망’과 보건의료 서비스로 막을 수 있는 ‘치료가능 사망’을 분리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장애인의 높은 사망률을 개인의 ‘원인 질환’ 탓으로 돌리면 정책 개입에서 배제된다”며 “치료가능 사망률을 분리 산출할 때 비로소 의료체계가 제때 양질의 진료를 공정하게 제공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고, 통계가 개인이 아닌 보건의료체계의 책임을 명확히 가리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신용일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2부 토론에서는 현장 실무자와 정책 전문가들이 통계의 질적 개선과 정책 성과 연계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하유진 경상남도 보건의료국 보건행정과 주무관은 “시·군·구 단위 통계가 일부 제공되나 세부 지표가 부족해 지자체 차원의 맞춤형 건강관리사업 기획에 한계가 있다”며 건강행태, 대사증후군, 사망원인의 기초지자체별 세분화 제공을 요구했다. 아울러 물리치료·작업치료 등 재활서비스 이용 현황 지표와 구강 생활습관 지표 신설을 제안했다. 특히 “장애인 절반에 달하는 미수검자가 이동 수단 때문인지, 편의시설이나 수어 통역 부재 때문인지 확인할 수 있는 ‘미충족 의료 이용률 및 미수검 사유’ 통계를 마련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규범 서울 북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장은 지역센터, 보건소 지역사회중심재활(CBR),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등 일선 현장과 통계 간의 연계를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지체장애 내에서도 척수손상과 절단, 뇌병변장애 내에서도 뇌성마비와 뇌졸중은 완전히 다른 건강 특성을 보인다”며 5년 주기로 세부 장애유형별 맞춤형 통계를 부록 형태로 정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지역사회건강조사 체계를 보건소 CBR 사업과 연계하고, 국립재활원·지역센터·장애인 단체가 참여하는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구축 민관 합동 TF’를 구성해 현장 중심의 통계 목록을 정례 수렴하자고 촉구했다.

윤다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팀장은 “장애인의 건강은 의료이용뿐 아니라 소득, 주거, 돌봄 등 사회적 환경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복지 분야와의 데이터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표본조사에서 드러나기 힘든 장루·요루장애 등 소수 장애유형의 시계열 분석과, 일반검진 수검률이 59.1%로 남성 장애인(66.3%)보다 7.2%p 낮고 연평균 본인부담금도 약 21만 4000원 더 높은 여성장애인에 대한 심층 분석을 요구했다. 또한 건강주치의 등 주요 사업의 참여 전후 건강 개선 효과를 입증할 성과지표 개발, 700쪽이 넘는 방대한 통계집의 접근성 제고, 통계 생산 전 과정에 장애 당사자 참여 제도화를 제언했다.
장애인 건강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지표의 방향
​​​​​​​이연경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정책개발실장은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 내 장애인 과제의 성과지표 구조를 짚었다. 이 실장은 “장애인 과제 대표지표 3개가 모두 건강검진 수검률로 구성돼 있고 성과지표 34개 중에서도 검진 이용 지표가 약 30%(10개)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4년 장애인의 고혈압(55.4%)과 당뇨병(37.2%) 유병률은 전체 국민보다 2~3배 이상 높음에도, 국가승인통계와 HP2030 간 지표 정의가 달라 공식 통계 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지표 정의 일원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만성질환 조절률, 식생활·영양 지표, 그리고 장기적 성과관리를 위한 기대수명·건강수명 산출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신정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장은 “지표체계는 단순히 산출 가능한 통계의 나열이 아니라, 보건의료제도의 목표와 기능이라는 개념적 틀(Framework) 속에서 재배열돼야 한다”며‘측정할 수 있는 것’에서 ‘측정해야 하는 것’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사회보장통계의 4대 축(건강수준, 건강관리, 의료이용, 의료자원)을 준용해 10~15개 내외의 ‘장애인 건강 대표지표’를 설정하고,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 및 HP2030과 연계해 계획 간 정합성을 높일 것을 제언했다. 나아가 제4차 보건복지 국가통계 발전 기본계획(2028~2032)에 장애인 건강지표 개념틀 정비 과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 나선 김성철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장은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에 발맞춰 질병청 지역사회건강조사 내 장애인 등록여부 구분, 요양기관 종별 의료이용 및 진료비 분석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오늘 제시된 시·군·구 세분화 및 질적 지표 개선 의견을 적극 수렴해 통계가 실제 현장 정책과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내시경 검사 위해 밤새 사투…수치 뒤에 가려진 장애인 고통 읽어내야”
​​​​​​​주제 발표 이후 따로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현장에 참석한 장애인들의 생생한 고충과 정책 건의가 이어졌다.

한 중증 뇌병변장애인 당사자는 마이크를 잡고 검진 현장의 가혹한 장벽을 호소했다. 그는 “정기검진에서 필수 검사로 잡히는 대장 검사를 제대로 받으려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확실하지만, 중증 장애인들은 내시경 검사를 받기가 정말 어렵다”며 “대장내시경을 받으려면 장 정결제를 복용하고 화장실을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이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어서 결국 내시경 검사를 포기하고 분변잠혈검사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 발표에서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의 과제를 설정해 주셨듯, 장애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건강 문제의 어려움에 구체적으로 다가가는 과제를 제시해 주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인지장애인의 접근성과 의료기관 편의시설 한계를 지적하며 정책 대안을 건의했다. 그는 “자폐성 및 지적장애인 등 인지장애인들은 병원을 이용하기가 몹시 어려우므로, 시·도마다 이분들을 중심으로 검진할 수 있는 특별병원을 하나씩 설치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많은 장애인이 대형 재활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있는데 재활의학병원과 연계해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어 “중증 신체장애인의 병원 접근에는 두 가지 큰 어려움이 있다”며 “첫째는 진료실이 2층에 있거나 병원이 너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해 길가로 나와 모욕감을 견디며 진료를 받아야 하는 물리적 접근성 문제가 있고, 둘째는 특수 기계 촬영 시 똑바로 누우면 몸이 떨리는데 외국처럼 수면마취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기계 등 장애 특성에 맞춘 의료 장비 도입이 부족한 의료적 접근권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와 연구소의 대책을 요구했다.

답변에 나선 호승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장은 참석자들의 호소에 깊은 공감을 표하면서 장애인 건강보건 연구와 통계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호 소장은 “현재의 통계가 모든 현장의 상황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으며, 보여주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정말 알고 싶은 원인과 과정, 대체 방안에 대해 통계를 발전적으로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진 현장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구체적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에 대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정책 근거로 제시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호 소장은 “검진 결과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유소견자 및 유질환자 비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만, 정작 검진 수검률 자체는 매우 낮고 장애유형별 편차도 극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를 많이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야 하는데도 가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요구율 역시 비장애인보다 훨씬 높으며, 실질적 의료 필요도까지 감안하면 지원 요구는 훨씬 더 크다”고 짚었다. 재정 측면에서도 “장애인 인구 비율은 약 5%이지만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의 17~18%를 차지하고 있으며, 비장애인 평균 대비 의료비 지출은 4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호 소장은 장애유형별 이질성을 재차 환기했다. “외래 투석이 잦은 신장장애인은 진료비와 외래일수가 가장 높고, 뇌병변이나 정신장애인은 입원일수가 장기화되는 등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장애 정도나 유형을 통틀어 획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개별 맞춤형 접근이 필수적인 숙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애인의 사망률이 비장애인 대비 5배 높다는 충격적인 사실에서 우리의 연구가 출발했다”며 “평균수명과 건강수명 지표 산출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운영 실태 등도 면밀히 살펴 통계가 정부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와 결과를 평가하는 확고한 잣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동아 국립재활원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김동아 국립재활원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김동아 국립재활원장을 비롯해 차전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 홍승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등 보건의료 각계 인사들은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발견하고, 향후 정책과 연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장애인 건강보건통계는 단순한 수치의 집계가 아니라 장애인이 마주한 의료 불평등과 건강 격차를 입증하고 한정된 보건의료 자원을 필요한 곳에 배분하도록 이끄는 국가적 나침반”이라며 “통계 생산을 넘어 장애인의 실질적인 삶을 바꾸고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의 성과를 견인하는 정책 지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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