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남산 위를 지나는 시선, 학교와 일상의 경계부터 살펴야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

도시에서 경관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무엇이 보이는지에 집중한다. 높은 건물에서 바라보는 산, 산책로에서 보이는 도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경관에는 또 하나의 방향이 있다. 새로운 시설에 오른 사람이 주변의 생활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학교와 주거지가 가까운 곳에서 공중 이동시설을 계획할 때는 이 두 번째 시선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경관은 바라보는 풍경이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생활환경이기도 하다.

남산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인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배움과 일상이 이어지는 생활권이다. 숲을 사이에 두고 학교와 주거지, 산책길이 함께 자리한다. 이곳에 곤돌라처럼 일정 고도에서 캐빈이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시설이 들어서면 지상 보행자와는 다른 각도의 시선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곧바로 사생활 침해를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시선이 어디까지 닿는지, 기존 검토가 이를 충분히 확인했는지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경관 검토에서는 케이블과 지주, 승강장이 도시숲과 능선 위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해, 캐빈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이동 시점도 포함해야 한다. 서울시는 학교 관계자 면담과 현장점검, 수목 차폐 등을 근거로 학습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 판단이 어떤 시점과 계절, 운행 조건을 전제로 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의 교실 창과 운동장, 학습 공간, 인근 주거지의 창문 등이 노선에서 어떤 각도로 보이는지, 수목이 잎을 떨군 겨울철에는 시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눈높이와 지형 높이, 건물 배치, 유리 투과율, 이동 속도, 캐빈 간 운행 간격에 따라 시각적 노출의 성격은 달라진다. 따라서 조감도 한 장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는 태도는 모두 경계해야 한다. 공중 이동시설은 한 지점에 멈춰 선 전망대와 달리 이동하면서 여러 시점을 연속적으로 생성한다. 시점의 범위와 노출 빈도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서울예대 리라초 리라고 옆을 지나가는 곤돌라 계획 구간 사진AI생성 이미지
서울예대, 리라초, 리라고 옆을 지나가는 곤돌라 계획 구간 [사진=AI 생성 이미지]
 
학교 주변의 사생활과 학습환경 문제는 두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 첫째는 실제 시선이 어디까지 닿는지라는 공간적 사실이다. 둘째는 교직원·학생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경험하고 영향을 받는지라는 생활환경의 문제다. 전자는 지형자료와 건물 정보에 근거한 3차원 가시권 분석, 현장 실측, 계절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창문이 보이는지뿐 아니라 실내 활동을 식별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후자는 당사자 면담과 설문, 이용시간과 교실 배치에 대한 조사를 거쳐야 판단할 수 있다.

창문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침해를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일정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학생과 주민의 불안이나 생활환경 변화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공공사업의 검증은 법적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용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대안을 내놓는 데까지 가야 한다.

검토는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한다. 첫째, 캐빈에서 학교와 주거지를 향한 조망 범위를 3차원으로 분석해야 한다. 둘째, 노선 높이와 방향, 승강장 위치, 녹지 차폐 등 설계 대안을 비교해야 한다. 셋째, 학생·교직원·주민의 생활 경험과 교통약자의 이동 경험을 조사하고, 조사 기준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넷째, 기존 교통수단 개선과 새로운 시설 도입 사이의 비용, 접근성, 환경·경관 영향을 같은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운영 방식에서도 참고할 사례가 있다. 영종도의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에는 호텔 등 인근 시설이 있는 구간을 지날 때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창문이 자동으로 흐려지는 장치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남산 곤돌라 캐빈도 학교와 주거지 인근 구간에서 시야를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어느 구간에서 어떻게 작동시킬지를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장치는 노선과 차폐 계획을 충분히 검토한 뒤 보완책으로 판단해야 한다.

 
장치 ‘미스트 윈도우’ 장치 적용 온/오프풍경  [사진=김경민 제공]
‘미스트 윈도우’ 장치 온·오프 적용 예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리 특정 결론을 정하지 않는 태도다. 이는 사업을 막자는 주장이 아니다. 적절한 분석 끝에 우려가 제한적이라고 확인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일부 구간에서 노선 조정이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떤 결과든 시민에게 설득력을 갖추려면 조사 기준이 공개되고, 그 결과가 설계와 운영에 반영돼야 한다.

남산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취지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 오직 하나인 것은 아니다. 남산처럼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학교와 생활권이 중첩된 공간일수록 사업의 가치는 수송 인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그 경관을 보고, 누가 새로운 시선에 노출되며 누가 변화를 감수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공공의 이름으로 만드는 시설이라면 공공이 지켜야 할 경계도 분명해야 한다. 캐빈 밖에 펼쳐질 아름다운 남산만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이어지는 학생과 시민의 평온한 일상까지 계획의 일부로 삼는 것, 그것이 남산의 경관과 공공성을 함께 지키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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