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이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상고심에서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놓고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과 오 시장 측과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전망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시장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을 앞두고 명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조사 비용을 김씨에게 대신 내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명태균 진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였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명씨 진술 전반에 의구심을 표했지만, 판단은 달랐다. 1심은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 일부 진술을 인정해 유죄 판단을 내렸지만, 2심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2021년 1월 22일 통화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갈렸다. 명씨는 당시 차를 타고 경남 창원시의 장복터널을 지나던 중 오 시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나경원(당시 서울시장 후보)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당일 통화 기록과 서울시 관계자의 협조 정황을 들어 오 시장의 의뢰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명씨 측 실무자가 오 시장과 통화했다는 시각보다 앞서 여론조사 준비에 착수한 점, 실제 통화 시각이 명씨 주장과 다른 점, 명씨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던 점 등을 들어 명씨 진술을 배척했다.
김씨가 명씨 측에 송금한 1000만원의 성격을 두고도 1·2심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1심은 김씨가 명씨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거액을 보낸 점을 들며 오 시장의 요청에 따른 대납으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돈이 전달된 객관적 사실은 인정했지만, 해당 자금이 특정 여론조사의 대가로 지급됐다고 볼 수 없으며 명씨와의 관계 유지나 기존 경비 보전 목적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여기에 항소심 과정에서 제출된 김씨와 명씨 간의 통화 녹음 파일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상고심에서는 명씨 진술을 보강하는 주변 증거들의 적법성과 증거 능력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항소심 재판부가 명씨 진술 외의 결정적 증거들을 배척했다고 반발하며 상고를 결정했다. 특검 측은 김씨와 강혜경씨의 대화 녹음 등을 핵심 증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2심에서는 해당 파일이 영장 범위를 벗어난 위법 수집 증거라며 배척했다.
특검법상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이내 선고)에 따라 오 시장 사건의 대법원판결은 내년 1월 전후로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만 사안의 중요성과 법리적 이견을 고려해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경우 최종 선고 시점은 더 뒤로 미뤄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상고심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심만 봤을 때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런데 판결이 좀 이상하게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했더니 재판부 이름을 보고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며 "구회근 판사는 법조계에서도 보수적인 판결을 내리시는 법관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태균이 허풍도 심하고 허세도 있고 발언들 일부는 신빙성 문제가 있다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못 믿을 만한 건 아니다"라며 "서울시 국정감사 때도 오 시장은 명태균 진술에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아마 위증에 걸릴 것을 염두에 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원이 선거법 사건을 판단할 때 너무 확립된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어떤 재판부는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 판단을 엄격하게 따지는데, 어떤 재판부는 너무 쉽게 봐준다"며 "각각의 재판부가 너무 자의적인 판단으로 정치적인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항소심 판결이 말이 안 돼서 뒤집히길 바라는데, 그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대법원에서도 이번 사건에 부담을 적잖이 느낄 것이다. 오 시장이 거물이니까 전원합의체로 갈 것이라고 대부분 예상하겠지만, 이미 드러난 조희대 대법원장 성향상 소부로 보낸 다음 상고 기각 판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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