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제도와 막대한 예산을 내세워도 교사가 불안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교의 목소리가 외면받는다면 교육의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 결국 경기교육의 성패는 거창한 내용보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치며 학생이 마음껏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지난 22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하반기 장학행정협의회'와 교권보호 토크 콘서트에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강조한 말은 그래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교육의 답은 학교 현장에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무엇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학교가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안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장학사와 장학관, 교육연구사와 교육연구관 등 교육전문직원들을 경기교육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도 교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경험을 떠올리며 "정책은 교실의 말로 풀고, 교실의 목소리는 정책의 말로 옮겨 달라"고 당부했다.
교육전문직원은 학교의 어려움을 살피고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도록 교육청과 교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안 교육감이 이들을 경기교육의 심장에 비유한 것도 학교와 교육청 사이의 막힌 곳을 뚫고 서로의 목소리가 오가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월 교원과 변호사, 의사, 경찰, 상담전문가 등 300명을 교권보호전담관으로 위촉해 교육활동 침해와 아동학대 피신고,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까지 접수된 사안은 교육활동 침해 81건, 아동학대 피신고 39건, 악성 민원 등 50건으로 모두 170건이다.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사례가 접수됐다는 사실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논어(論語) 학이편에 나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은 근본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도 열린다는 뜻이다. 교육의 근본은 교실이며, 교사가 안정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이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안 교육감이 교육전문직원의 현장 지원과 교권보호를 함께 강조한 것도 이러한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교권보호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지키면서 학생의 배울 권리와 학부모의 합리적인 의견도 존중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 법률적 대응에 나서는 것뿐 아니라 갈등을 예방하고 피해 교사의 회복을 돕는 일도 중요하다. 교육지원청과 전담관의 역할을 분명히 해 교사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 교육감은 지난 22일 교육전문직원들에게 교실의 목소리를 듣고 학교의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당부하고, 교권보호 관계자들에게는 교사들이 홀로 어려움을 감당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두 행사의 성격은 달랐지만 학교의 어려움을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날의 다짐이 교실에서 얼마나 실천되느냐다. 교육전문직원은 학교가 어려울 때 먼저 찾는 동료가 되고, 교권보호전담관은 도움이 필요한 교사에게 실질적인 힘이 돼야 한다. 안 교육감이 강조한 '교문현답' 역시 학교가 체감하는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교사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학생의 배움을 뒷받침하는 일은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학교를 지키는 사람을 먼저 지키는 일, 그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실천하느냐가 안민석 교육감의 경기교육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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