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줄어들고, 글로벌 OTT의 부상으로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행태까지 변화하면서 국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지원은커녕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도 쏟아졌다.
우선 SO사업자들은 가입자 이탈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은 그대로 부담하고 있다. 또 지역 케이블TV는 지역민영방송과 마찬가지로 지역 정보 제공과 재난방송 등 유사한 공적 책무를 수행하지만,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한목소리로 "낡은 규제 그리고 결과적으로 역차별을 발생시키는 정부 정책 때문에 느끼는 부담이 이제는 한계치에 도달했다"라고 호소한다. 올해 국감에서 제기된 정책적 모순과 밖에서 절규하고 있는 업계의 목소리를 통해 위기에 놓인 케이블TV 산업의 현실과 해법을 짚어본다.
수익성은 추락, 방발기금은 그대로.. "몰락하는 SO"
김 의원에 따르면 SO의 방송사업매출은 2017년 2조 1,307억원에서 2025년 1조 6,399억원으로 약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86억원에서 451억원으로 약 87% 대폭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기금 부담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24년 SO의 영업이익은 148억원에 그쳤지만 방발기금 분담금은 239억원. 기금 납부액이 영업이익보다 오히려 91억원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 "초유의 기현상", "기형적 방발기금"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SO의 방발기금 징수율은 2017년 이후 방송서비스 매출액의 1.5%로 유지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징수율 결정 과정에서 사업자의 재정 상태와 수익 규모, 시장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실제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우영 의원은 "SO 사업자의 수익성이 치명적으로 악화되었음에도 9년 동안 동일한 징수율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엄정히 따져봐야 한다"라며 "정부는 법령이 정한 재정 및 시장 환경 요소들을 실제 징수율 산정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기존 방송사업자와 OTT 간 규제 격차, 즉 역차별도 문제다. 유료방송사는 허가·승인과 요금·채널 편성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OTT는 관련 규제는 물론 방발기금 납부 의무도 없다. 관련해 김우영 의원실은 현행 요금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과방위 상정 이후 진전이 안되고 있다.
이에 관해 SO 관계자는 "요금 승인제를 신고제로 신속히 전환하고 사업자 간 인수합병 절차를 개선하는 등 유료방송의 경쟁력을 높일 규제 개편 그리고 기금 부담 완화가 하루가 멀게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똑같은 공적 책무에도 SO는 지원서 제외
이번 국감에서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도 "지역 케이블TV 78개와 지역민방 9개가 지역 재난방송과 정보 제공 등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원 체계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지역민방은 관련 법률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지난해 방미통위로부터 202억원을 지원 받은 반면, 지역 케이블TV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여기에 불균형한 기금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지역SO와 지역민방 간 차별 문제가 심각해졌다. 2024년 기준으로 매출 대비 방발기금 부담률은 지역 케이블TV가 1.49%로 지역민방의 0.24%보다 6배 이상 높았고, 실제 납부액도 지역 케이블TV는 약 250억원, 지역민방은 약 6억원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역민방은 손실이 발생하면 기금 감경도 받을 수 있다.
서 의원은 "두 사업자가 수행하는 공적 업무에 큰 차이가 없는데 지원 여부가 법적 근거에 따라 갈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발전기금 부담률을 보면 오히려 정부 지원이 없는 케이블TV의 부담률이 높은데, 이는 역차별이다"라고 덧붙였다.
OTT와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2024년 23.8%에서 2025년 36.4%로 여전히 급상승했다. 넷플릭스는 2025년 매출 1조 542억원, 영업이익 203억원을 기록하고도 방송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발기금은 납부하지 않고 있다.
서 의원은 방송시장이 다양한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과거에 마련된 법과 제도도 이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의원 역시 서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방송시장은 OTT 등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기존 방송사업자들은 여전히 과거의 시장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된 규제와 기금 부담을 지고 있다"라며 제도 개선을 지속 촉구했다.
"30년 전 규제 아직도" 업계 절규…정부 정책 전환 촉구
케이블TV 업계는 공적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지역성을 높인 채널 운영과 취약계층 지원을 지속하려면 사업자의 경영 여건이 개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 지역성 강화, ▲ 미디어 접근성 확대, ▲ 인공지능(AI) 격차 해소 등 3대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지역 현안과 생활정보 보도를 늘려 콘텐츠의 지역성을 높이고, 셋톱박스 없이 방송을 볼 수 있는 8VSB 서비스를 '모두의 TV'라는 공동 브랜드로 묶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 복지관을 활용한 '우리 동네 AI 교실'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AI 소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공적 역할 확대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 사용료 갈등과 방송 상품 구성의 자율성 부족, 방발기금 부담 등이 케이블TV(SO)의 경쟁력 확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케이블TV가 오랫동안 미디어 접근성을 뒷받침해 왔지만 관련 정책과 규제는 충분히 바뀌지 않았다"라고 호소했다.
동시에 업계는 방발기금 문제에 대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기자간담회 당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을 상대로 방발기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17년부터 유지된 매출액 대비 1.5%의 징수율이 변화한 시장 환경과 수익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종철 위원장은 22일 열린 방미통위 국감에서 경영난을 겪는 케이블TV 업계의 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다양한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변화된 미디어 생태계에 맞는 통합미디어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은 “유료 방송 진흥을 위한 전략도 연내 마련할 것”이라면서 "지역 방송 중소기업, 청년 크리에이터가 함께 성장하는 미디어 생태계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결국 업계와 국회 그리고 정부 측까지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인 만큼 관건은 이를 반영한 정책이 얼마나 조속히 현업에 적용될 수 있느냐이다. 기금 산정 방식의 합리화 방안과 지역 케이블TV 지원 근거 마련, 방송 상품 관련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층위에서 제도 개선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지방 소멸 시대에 ‘우리 동네 소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빠르게 전한다’는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지역 케이블TV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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