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국내 NCC 설비 감축 목표는 연간 270만~370만t이다. 산업통상부 승인을 받은 대산 1호(110만t)와 여수 1호(139만t)의 감축 계획은 249만t 규모다. 최대 목표치인 370만t 대비 121만t 부족하다.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기업들의 경영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100만t 규모의 NCC 설비를 감축하지 않고 유지하게 되면 연간 약 1500억원의 영업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이를 정부 목표 대비 부족한 121만t에 단순 적용하면 매년 1800억원 정도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미 승인된 사업재편안도 실제 공급 축소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대산 1호 프로젝트는 110만t 규모의 NCC 설비 감축이 3년에 걸쳐 이뤄진다.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롯데케미칼은 정부 구조조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대산에서는 지난 9월 HD현대케미칼과 통합법인 'H&L어드밴스드'를 출범시키고 NCC 설비 가동 중단을 추진 중이며 여수에서도 여천NCC와 기초소재 사업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생산능력 조정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사업 재편 프로젝트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사업 재편을 논의하고 있지만 자산 가치 평가와 통합법인 지배구조 등을 둘러싼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산에서는 LG화학과 한화토탈에너지스 간 추가 사업 재편이 과제로 남아 있다. 양사는 설비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른 데다 감축 대상 설비 선정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울산 상황은 더 복잡하다.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사업 재편을 논의하고 있지만 감축 방식과 비용 부담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까지 내년 1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18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춘 대규모 설비로 가동이 시작되면 구조조정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샤힌 프로젝트를 승인한 산업부에도 석화 산업 위기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기존 업체에는 설비 감축을 요구하면서 신규 대규모 설비는 허용해 놓고 이제 와서 업계 자율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부에 국가 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책무가 있는 만큼 (업체 간 협의 과정을) 관망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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