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전 국회의원]
"우리는 다시는 제2의 타다 사태와 같은 일로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로 주목받았던 타다에 기존 택시운송업의 규제를 적용함에 따라 그 기본 서비스가 변형되고 신사업의 혁신성이 사라진 것에 대한 정치·정책 당국의 반성이다. 이런 반성에도 불구하고, 제도 밖에서 규제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공유숙박', '닥터나우'와 같은 비대면 진료·약품 배달업 등 새로운 서비스 논의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신산업에 대해 기존 업계는 낡은 규제의 잣대를 들어 반대하고, 정치권과 당국은 갈등 회피에 급급해 새로운 서비스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규제 체계를 기존의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을 넘어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에 있다.
타다 사태의 본질: 낡은 법령과 혁신의 충돌
타다를 운영한 브이씨앤씨(VCNC)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에 명시된 ‘11인 이상 15인 이하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즉, 택시 면허를 직접 매입하거나 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11인승 카니발 렌터카에 운전기사를 붙여 대여하는 합법적인 ‘렌터카 기반 서비스’이며, 모빌리티 시장의 독점 구조를 깨는 기술·서비스 혁신이라고 역설했다. 정부는 초기 타다와 같은 신산업 시도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이었지만, 택시 업계의 거센 반발과 거리에 나선 운전기사들의 분신 등 극단적인 저항에 부딪혔다. 이에 대해 VCNC는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시행령에 명시된 합법적인 렌터카 알선 사업이며, 법적으로 단 하나의 위법성도 없다"고 맞섰고, 특히 "정부가 기존 기성 업계의 눈치를 보며 법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로 합법적 혁신 기업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혁신 성장을 외치던 정부가 오히려 규제의 칼날로 미래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와 주무 부처는 타다의 방식이 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사실상 '유사 택시' 영업을 하는 불법·탈법 행위이며, 택시 총량제와 면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보았다.
‘업의 본질’과 새로운 ‘정의’를 놓친 규제 실패
기존 사업의 규제 틀에 새 사업을 억지로 맞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업의 정의'에 따라 체계를 어떻게 새로 만들 것인가? 타다라는 새로운 사업은 바로 ‘운전자 알선형 렌터카 사업’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렇게 타다의 서비스를 정의하면 기존 택시 운송업과의 규제적 차이가 선명해지고, 합리적인 요금 체계와 진입 규격 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 당시 타다 사태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었다. 기존 택시 시장은 오랜 누적된 과잉 공급으로 인해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택시 총량 규제와 감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수요를 잠식하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으니, 택시 업계의 생존권적 반발과 사회적 갈등의 증폭으로 이어진 것이다.
갈등을 상생으로 바꿀 기회: 기존 인프라의 전환과 연계
만약 타다라는 신규 서비스 업체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단순히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하는 대신, 이 사업의 본질에 따라 거시적 경제 효과, 즉 이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창출하는 소비자 편익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접근하였다면 해법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예컨대, 과잉 공급에 시달리는 기존 택시 업체들도 일정 조건 하에 이 신산업 섹터로 업종을 전환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를 열어줌으로써, 기존 업체를 새로운 수요에 맞게 전환하여 새로운 산업의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기존 택시업체에 부과되는 엄격한 요금 규제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신규 수요에 부합하는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할 수 있었다면, 소모적 갈등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상생의 제도 설계로 이어졌을 것이다.
타다가 남긴 교훈은 새로운 수요와 혁신적 서비스를 기존의 낡은 규제 틀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그 성격에 따라 새롭게 규제 체계를 설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다. 이는 현재 K-컬처의 폭발적인 인기 속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부상하고 있는 '공유숙박' 서비스 논란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전통적인 숙박업 규제의 잣대로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된 체류 수요를 억누르는 대신, 공유숙박을 새로운 대안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컬처 시대의 과제: ‘공유숙박’과 ‘레지던스 스테이’의 대안
K-컬처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은 가파르게 폭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방한 외래관광객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 2022년 약 320만명으로 반등한 이후, 2024년에는 약 1640만명을 기록하였다. 이 수요 급증으로 도심 곳곳에서는 호텔과 숙박시설 건립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밀려드는 관광 수요를 오직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물리적 공급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수요가 급증할 때 신규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도심 내에 존재하는 유휴 주거 자산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전용하고 활용하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가 '공유숙박'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급증하는 외국인의 다변화된 체류 수요와 주거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기존의 숙박업 규제를 어떻게 바꾸고 구체적인 해법을 찾을 것인가?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을 감당하기 위해 무조건 신규 숙박업소를 건립하거나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특정 공유 플랫폼 합법화에만 중점을 두어야 할까? 여기에는 깊이 따져봐야 할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도심 곳곳에 이미 차고 넘치는 모텔 등 기존 숙박업소의 유휴 공간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전용·개선하여 새로운 체류 수요에 대응하는 방안은 왜 배제하고 있는가이다. 타다 사태에서 보듯 기존 택시 업계에 '운전자 알선형 렌터카'로의 합법적 업종 전환 통로를 열어주어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했듯, 공유숙박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모텔이나 소형 숙박업체들이 도심 체류형 관광객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춰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자연스럽게 전환·사업화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유연하게 열어주는 것이다. 둘째, 정부가 공유숙박 활성화를 모색할 때 매번 글로벌 플랫폼인 에어비앤비형 모델만을 상정하고 접근하다 보니, 기존 숙박·호텔 업계와 도심 주거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자초한다는 점이다. 기존 업계가 공정 경쟁 파괴와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며 반발하는 이유는, 낡은 규제 아래 이들을 그대로 둔 채 신규 플랫폼만 양성화하려는 정책적 불균형 때문이다. 결국 타다 사태가 가르쳐 주듯, 신산업과 기성 산업을 대립각으로 세울 것이 아니라, 기존 숙박 인프라가 새로운 수요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교한 제도 정비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현재 상위 고가 호텔 중심으로만 묶여 있는 기존 '레지던스 호텔(생활숙박시설)' 규제의 틀을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현실 속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는 단순히 비싼 호화 호텔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일정 기간 머물며 생활할 수 있는 주거형 체류 공간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레지던스 개념을 고가 시설에만 국한하지 말고, 시설의 수준과 규모에 따라 등급화하여 그에 걸맞은 합리적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레지던스 스테이(Residence Stay)'라는 새로운 독립된 숙박시설 개념으로 확장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일반 주거지나 유휴 공간을 이러한 '레지던스 스테이'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플랫폼이 단순히 거래 중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 공간의 위생과 안전 상태를 검증하고, 소음 등 도심 주거지의 부작용에 대해 소비자와 지역사회의 연대 테두리를 다듬는 것이다. 타다 사태가 남긴 교훈처럼, 낡은 잣대로 새로운 수요를 억누르는 대신 업의 본질에 맞는 새로운 정의와 플랫폼의 책임성 제고를 결합할 때, 공유숙박은 비로소 갈등의 씨앗이 아닌 K-컬처 시대를 뒷받침할 새로운 경제적 동력이 될 것이다.
의료 접근성의 혁신: ‘닥터나우’와 비대면 진료의 과제
이러한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비단 모빌리티와 공유숙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닥터나우'로 대변되는 비대면 진료 및 약품 배달업 논란 역시 정확히 동일한 궤도 위에 놓여 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 원칙이라는 낡은 제도적 잣대와 의료계의 반발 속에서 한계에 갇혀 있다. 국민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의료 접근성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책 당국은 오직 기존 의약 체계의 이해관계와 과거의 규정만을 내세워 신사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
여기서도 해법은 명확하다. 비대면 진료를 무조건적인 불법 의료 행위로 단죄하거나 기존 의료 체계를 위협하는 적대자로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원격 건강 관리 및 처방·조제 연계 서비스'라는 새로운 업의 본질과 정의를 세워야 한다. 아울러 기존 동네 병의원과 약국들이 이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하여 진료 반경을 넓히고 새로운 환자 접점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합법적 참여 통로와 인센티브를 열어주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오남용 방지 및 철저한 본인 인증, 의약품 안전 배송을 담보하는 엄격한 책임 규정을 부과함으로써 환자 안전과 공공성을 확실히 담보하면 된다.
결론: 업의 본질을 꿰뚫는 규제 디자인으로
타다 사태부터 오늘날의 공유숙박, 그리고 닥터나우 논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겪어온 일련의 진통은 명확한 교훈을 남겼다. 새롭게 등장하는 수요와 혁신적 서비스는 기존의 낡은 규제 틀에 억지로 재단될 것이 아니라, '업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그에 걸맞은 새로운 규제 체계 속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낡은 잣대로 새로움을 억눌러 혁신의 씨를 말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사업자 모두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정책 당국은 기성 산업의 일방적 보호나 억압에 머물지 않고, 기존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명확한 통로와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기존 인프라가 사장되지 않고 새로운 성장 섹터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할 때, 비로소 소모적 갈등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상생이라는 혁신의 동력으로 바뀔 수 있다. 새로운 유형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규제를 설계하는 것, 업의 본질을 꿰뚫는 규제 체계를 디자인하는 것, 이것이 우리 경제를 새롭게 성장시키는 길을 여는 튼튼한 열쇠가 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 박사 ▷제21대 국회의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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