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디지털경제의 혁신과 경쟁,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상호운용성' 보장

유영국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교수 사진한신대학교
유영국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법학박사) [사진=한신대학교]

디지털 경제로의 급격한 전환 시대에 '범용'(汎用)을 위한 '연결', '호환'과 '융합'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된 이른바 '개방형 혁신'은 시장과 산업에서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립된 혁신은 도태되고 연결된 융합은 진화한다'는 초연결 시대의 생존 법칙이 혁신과 경쟁, 소비자 편익 증진의 관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서로 다른 시스템, 제품 또는 서비스가 데이터를 교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원활하게 연동·작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의 보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 이때의 고려는 기술적 측면에 한정하지 않고 시장과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법·정책적 보장 필요성을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상호운용성의 보장은 단순한 기술적 호환·연동을 넘어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경쟁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정책보고서 '데이터와 경쟁'에서 상호운용성 저해를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의 핵심 표지로 검토할 수 있음을 밝힌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가 상호 통신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연결통로로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제공을 거절하거나 경쟁 사업자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핵심적 기능을 작동하기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폐쇄적으로 몰아가 경쟁을 제한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모바일 OS를 중심으로 결제, 앱 생태계, 웨어러블·IoT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연결된 시장의 경우 그 핵심 기능에 대한 접근 제한이 사업자의 기술력이나 제품 경쟁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제한이 유지·강화될 경우 설령 경쟁력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동등한 수준의 기능과 편의를 제공하기 어렵고 사업자에게 더 이상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혁신 유인의 저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자의 시장 퇴출이라는 경쟁의 구조적 제한 우려를 야기하는 만큼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편 상호운용성 보장은 사업자의 지속적 혁신과 경쟁 촉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며, 실제 소비자 편익에 직결된다. USB C타입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기 전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우리가 겪은 일상의 불편을 떠올려 보면 호환과 연동이 가져다준 소비자 편익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경험은 상호운용성 보장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진의 작은 예시에 불과하다.

상호운용성 보장은 이미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경제에서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그런 면에서 서로 다른 운영 체계 간 메시징, 서로 다른 디지털 기기 간 실시간 파일 공유, 플랫폼 전환 시 장기간 축적된 사진·연락처·일정 등 데이터의 보다 쉬운 이전 그리고 다양한 스마트 홈 기기 간 연결과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등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상생활 속의 변화가 상호운용성 보장의 결과였음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다만 상호운용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에 있어 그 보장의 목적이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을 일률적으로 개방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즉, 상호운용성 보장의 핵심 목적은 유효한 경쟁을 위해 필요한 범위·수준에서 서로 다른 사업자의 제품과 서비스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처럼 소위 '경쟁 가능한 연결'을 확보하면서 개인정보·보안과 혁신 유인을 동시에 보호한다면 국내 시장과 산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 증진은 물론 소비자 선택권의 실질적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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