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들이 광산과 가스전 등 자원 자산 확보에 다시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대코퍼레이션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원개발 비중은 줄이는 대신 자동차와 로봇 부품 등 제조업 밸류체인에 자금을 넣고 있다. 직접 자산을 보유하는 상사의 진화 방향을 '자원'이 아닌 '부품'에서 찾는 셈이다.
23일 현대코퍼레이션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자원개발 매출은 2023년 38억3500만원에서 2024년 23억9100만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는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1분기도 0원이다. 2023년 전체 매출의 0.1%였던 비중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보유 자산도 같은 흐름이다. 자원개발사업 투자금액은 2024년 말 1494억1700만원에서 지난해 말 857억900만원으로 42.6% 감소했고, 2024년 10월에는 베트남 11-2 유전 광구 매각도 마쳤다. 지분법이익과 배당금 수익 역시 310억9200만원에서 96억36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남은 주요 자산은 예멘·오만·카타르 라스라판 LNG 등이다.
그 자리를 채우는 축이 부품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523억원을 들여 자동차 실내 부품업체 시그마 지분 77.6%를 인수했다. 1976년 창립 이후 49년 만의 첫 제조업 진출이었다. 이달에는 로봇 자동화에 쓰이는 힘토크 센서 업체 로보터스에 81억원을 투자했다. 두 건에 604억원이 들어갔다.
기존 포트폴리오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변압기와 전력기기, 자동차 애프터마켓 부품 등이 묶인 에너지상용부품 부문 매출은 2024년 5092억원에서 지난해 5742억원으로 늘어 올해 1분기 매출 비중이 7.9%까지 올라왔다. 2분기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629억원을 냈을 때도 회사가 꼽은 견인차는 모빌리티와 북미향 변압기, 석유화학이었다. 자원개발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른 상사들과는 대비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분기 에너지 부문에서만 22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체의 절반을 넘겼고, 이달 미국 마르셀러스 셰일가스 자산을 5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2028년 이후 연간 1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도 2분기 자원부문 매출 3649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으로 전년보다 129억원 늘었다.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이 주역이다. 회사는 니켈광산 추가 확보와 보크사이트 등 유망 광물 인수를 추진 중이다.
물론 현대코퍼레이션이 자원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오만과 카타르 LNG 지분은 유지하고 있고, 투자금액 감소에도 예멘 LNG 가치 하락과 손실충당금 설정 같은 회계상 요인이 섞여 있어 전부 전략적 매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신규 자금의 방향은 분명히 달라졌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21년 사명에서 '종합상사'를 떼며 스스로를 신사업을 발굴·육성하는 투자사업회사로 규정했다. 기존 상사들이 땅속 자원을 확보해 트레이딩으로 연결했다면, 현대코퍼레이션은 완성차와 전력기기에서 쌓은 판매망을 제조 부품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잇는 구조다.
다만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질 단계는 아니다. 시그마는 편입된 지 1년 남짓이고 로보터스도 지난해 매출 18억8000만원에 영업손실 10억4000만원으로 성장 초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원개발은 조 단위 실탄과 긴 회수 기간을 감당해야 해 중견 상사가 같은 방식으로 맞붙기는 쉽지 않다"며 "판매망을 갖춘 자동차나 전력기기에서 부품 제조로 거슬러 올라가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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