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선의 Beat] Paterson : 말하지 못한 마음

[사진=AI가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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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 I Trust – Again

Men I Trust는 캐나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로 2014년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Headroom, Oncle Jazz, Untourable Album 등을 발표하면서 특유의 느슨하고 공기감 있는 사운드를 구축했다. 특히 에마뉘엘 프루의 나른하고 낮게 가라앉은 보컬과 제시 카론의 기타·베이스, 드라고스 치아키스의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조합은 Men I Trust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특징이다. 

음악적으로는 화려한 기교나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앞세우기보다 소리 사이에 여백을 남겨두고, 반복되는 리듬과 부드러운 음색을 통해 듣는 사람이 천천히 음악 안으로 들어가도록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장르 및 음악 스타일
  Men I Trust가 추구하는 음악의 중심에는 인디 팝과 드림 팝, 일렉트로팝이 놓여 있다. 다만 이들을 단순히 ‘드림 팝 밴드’라고 규정하기에는 음악 안에 재즈, 펑크, 소프트 록, 앰비언트에 가까운 질감까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중요한 것은 장르를 섞는 방식 자체보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느슨하고 부유하는 사운드다. 기타와 베이스는 지나치게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드럼 역시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일정한 박자를 유지한다. 그 위에 에마뉘엘 프루의 보컬이 마치 악기의 일부처럼 낮고 담담하게 놓인다. 

그래서 Men I Trust의 음악은 사랑이나 외로움처럼 감정적으로 무거운 소재를 다루더라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폭발시키기보다는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들의 음악이 가진 매력은 바로 이 감정과 거리감의 균형에 있다.
 
'Again'은? 
 ‘Again’은 Men I Trust의 초기 작업 중 하나로 거대한 멜로디의 변화보다 반복과 질감이 중요한 곡이다. 제목 그대로 무언가가 다시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기타와 전자적인 질감이 겹쳐지고 보컬이 그 위를 부유한다. Men I Trust 특유의 음악적 문법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으로, 감정을 크게 설명하기보다 이미 지나간 장면이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 곡은 청자를 천천히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보다 ‘그 일이 지나간 뒤 어떤 감정이 남았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이 곡이 가진 정서는 슬픔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기억, 미련, 반복되는 생각,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에 더 가깝다.
대표곡 소개
  Men I Trust를 대표하는 곡으로는 ‘Show Me How’를 빼놓기 어렵다. 2019년 Oncle Jazz에 수록된 이 곡은 느린 베이스 라인과 기타, 낮게 가라앉은 보컬을 통해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곡 안에서 화자는 상대에게 사랑과 관심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묻지만, 상대와의 거리가 결국 좁혀지지 않는다는 감각이 남는다. 

이외에도 ‘Lauren’, ‘Tailwhip’, ‘Numb’, ‘I Hope to Be Around’ 등은 Men I Trust가 구축해온 부드럽고 몽환적인 음악 세계를 이해하기 좋은 곡들이다. 특히 ‘I Hope to Be Around’는 미래와 자아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어 이들의 음악이 단순한 로맨틱 드림 팝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Daft Punk – Within
 

Daft Punk는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로 1993년 결성 이후 2021년 해체를 발표하기까지 Homework, Discovery, Human After All, Random Access Memories 등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남겼다. 특히 헬멧과 로봇이라는 시각적 이미지, 익명성을 유지하는 태도,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오가는 음악적 콘셉트를 통해 단순한 전자음악 듀오 이상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장르 및 음악 스타일
 Daft Punk의 음악적 뿌리는 하우스와 디스코, 펑크, 일렉트로, 프렌치 하우스에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적 방향은 앨범마다 상당히 달라졌다. Homework에서는 반복적인 하우스와 필터링된 샘플을 통해 클럽 음악의 에너지를 밀어붙였고, Discovery에서는 디스코와 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보다 밝고 대중적인 전자음악을 만들었다. 이후 Human After All에서는 거칠고 반복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Random Access Memories에서는 라이브 악기와 세션 연주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자음악과 아날로그적인 음악 제작 방식을 결합했다. 

즉 Daft Punk의 핵심은 특정 장르 하나라기보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인간적인 소리와 기계적인 소리를 결합하는 것에 있다. 차가운 신시사이저와 따뜻한 기타, 정교한 프로그래밍과 실제 연주를 한 화면에 놓는 방식이 이들의 음악적 특징이다.
 
'Within'은?
 ‘Within’은 2013년 발표된 정규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에 수록된 곡이다. 앨범 전체가 실제 연주와 아날로그적인 녹음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인 만큼, ‘Within’ 역시 일반적인 댄스 트랙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곡에는 피아니스트 칠리 곤잘레스(Chilly Gonzales)의 피아노 연주와 베이스, 드럼, 퍼커션 등이 참여했고, Daft Punk의 토마 방갈테르와 기-마누엘 드 오맹-크리스토가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극도로 절제된 편곡이다. Daft Punk라고 하면 대개 거대한 비트나 반복적인 댄스 그루브를 떠올리기 쉽지만 ‘Within’은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다. 피아노가 곡의 중심을 잡고, 최소한의 리듬과 보컬 효과가 그 주변을 채운다. 보컬에는 보코더의 기계적인 질감이 사용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는 차갑기보다 상당히 인간적으로 들린다. 세상과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가사가 이 미니멀한 편곡과 맞물리면서 ‘기계가 인간의 혼란을 노래하는’ 독특한 장면을 만든다.
 
대표곡 소개
 Daft Punk의 대표곡은 음악적 시기별로 나눠서 보는 것이 좋다. 초기의 ‘Da Funk’와 ‘Around the World’는 프렌치 하우스의 반복성과 그루브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곡이고, Discovery의 ‘One More Time’, ‘Digital Love’,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는 하우스와 디스코, 팝을 결합한 이들의 가장 대중적인 면을 보여준다. 이후 Random Access Memories의 ‘Get Lucky’는 나일 로저스와 퍼렐 윌리엄스가 참여해 펑크와 디스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곡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그중 ‘Within’은 이들의 대표곡 가운데서도 상당히 특이한 위치에 있다. 춤을 위한 Daft Punk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Daft Punk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곡은 외부의 기억을 바라보던 시선이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자기 내부의 질문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Kings of Convenience – The Weight of My Word
   
 
Kings of Convenience는 노르웨이의 출신의 듀오로 이들의 음악은 사이먼 앤 가펑클이나 Belle and Sebastian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화음이 풍부한 인디 팝으로 설명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편곡의 범위를 넓혔음에도 조용하고 절제된 태도를 유지해왔다.
 
장르 및 음악 스타일
 Kings of Convenience가 추구하는 음악은 기본적으로 인디 포크와 인디 팝, 어쿠스틱 팝을 중심으로 한다. 두 사람의 기타가 서로 다른 리듬을 연주하면서도 하나의 곡 안에서 자연스럽게 맞물리고, 그 위에 두 멤버의 목소리가 거의 대화를 나누듯 겹쳐지는 것이 핵심이다. 강한 드럼이나 화려한 프로덕션보다는 기타의 스트로크와 보컬의 하모니, 가사의 문장 자체를 음악의 중심에 놓는다.

이들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조용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조용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긴장감과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랑이나 이별, 관계의 불확실성 같은 소재를 다룰 때도 감정을 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문장처럼 들리는 가사와 담담한 목소리를 통해 감정의 무게를 뒤늦게 전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편안한 어쿠스틱 음악처럼 들리지만,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상당히 복잡한 관계의 감정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The Weight of My Words'는?
 ‘The Weight of My Words’는 2000년 발표된 앨범 Quiet Is the New Loud에 수록된 곡이다. 곡의 중심에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작 그 말을 전달할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의 정서가 있다. 곡의 가사는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과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길과 말을 잃었다는 식으로 이어지며, 결국 자신의 말이 더 이상 상대에게 무게를 갖지 못한다는 감각으로 수렴한다.

음악적으로도 이런 내용이 과장되지 않도록 상당히 절제돼 있다. 두 대의 기타와 보컬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빈 공간이 오히려 가사의 공백을 강조한다. 특히 곡 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문장이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담담했던 문장이 점점 다른 무게로 들린다. Pitchfork 역시 이 곡을 앨범에서 드물게 보컬의 감정적 표현이 전면으로 올라오는 순간으로 언급하며, 두 멤버가 기타와 보컬을 겹쳐 사용하는 앨범의 전반적인 특징을 짚었다.
대표곡 소개

Kings of Convenience를 대표하는 곡으로는 ‘Misread’, ‘Homesick’, ‘I Don't Know What I Can Save You From’, ‘Toxic Girl’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Riot on an Empty Street에 수록된 ‘Misread’와 ‘Homesick’은 이들의 섬세한 기타와 하모니를 대표하는 곡이며, ‘I Don't Know What I Can Save You From’은 이들의 초기 음악이 가진 절제된 서정성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이후 Declaration of Dependence와 2021년 Peace or Love까지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기본적인 어쿠스틱 기반과 섬세한 송라이팅을 유지했다.

특히 The Weight of My Words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의 음악적 특징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거대한 편곡이나 극적인 사운드 없이 기타와 목소리, 그리고 문장만으로 관계의 끝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전달한다. 그래서 이 곡은 세 곡 중 가장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한 마음’이라는 주제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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