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도약의 조건] 가까워진 국민소득 4만달러…환율·물가·부채가 변수

  • 반도체 호황에 명목소득 확대…연평균 환율이 달성 관건

  • 물가·가계부채 부담 속 수출 성과의 내수 확산 과제

구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ㆍ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ㆍ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으로 명목 경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영향이다. 다만 달러로 환산하는 국민소득은 환율에 따라 달라지고,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부담은 늘어난 소득이 소비와 생활수준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며 “2분기 경상 GDP는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해 4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8만4000명 증가하고,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모든 계층의 소득이 개선된 점도 회복세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정부는 이러한 경제지표 성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국민이 성장세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구조혁신으로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소득 증가를 뒷받침하는 동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가격 상승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명목 성장률은 20%를 웃돌았다. 한은은 최근의 명목 성장률 급등이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에 의해 주도됐다고 분석했다.

수입품에 비해 수출품 가격이 높아지면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어 경제 전반의 구매력이 개선된다. 한은은 이러한 변화가 먼저 기업 수익을 늘리고, 시차를 두고 투자와 세수, 가계소득으로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4만 달러 달성 여부를 가를 직접적인 변수는 환율이다. 달러 표시 1인당 GNI는 원화 기준 국민총소득을 달러로 환산한 뒤 인구로 나누는 만큼 원화 소득이 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달러 환산액 증가 폭은 줄어든다. 특정 시점의 환율보다 올해 연평균 환율 흐름이 중요하다.

경상 GDP 증가율이 그대로 GNI 증가율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GNI에는 국내 생산활동으로 창출한 소득 외에 국외에서 받은 임금·이자·배당과 해외에 지급한 소득의 차이가 반영된다. 하반기 수출 실적과 국외순수취소득, 환율 흐름을 함께 살펴야 연간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은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환율 변동성 재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물가는 국민소득 증가의 체감도를 좌우한다. 명목소득이 늘어도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함께 오르면 실제 구매력 개선 폭은 작아질 수 있다. 한은은 그간 누적된 비용 상승의 영향에 수요 측 압력까지 더해져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은 부채가 많은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해 2.50%에서 3.00%로 높였다. 앞으로도 물가·경기와 금융 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득 증가의 혜택이 충분히 확산하기 전에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취약 부문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명목 GDP가 커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더라도 부채 위험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소득 여건 개선이 주택 매입 수요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늘어난 구매력이 소비보다 부동산으로 향하고 차입까지 확대되면 금융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의 혜택이 경제 전반으로 번질지도 과제다. 한은에 따르면 상반기 임금상승률은 다소 둔화했다. 앞으로 가계의 소득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IT 업황 호조의 영향이 관련 기업과 종사자에 머문다면 전반적인 소비 회복 효과는 제약될 수 있다.

성장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이 변수다. 한은은 AI 투자가 상당 기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외부자금 의존도 확대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 여건이 악화하거나 실제 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해 국내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혁신과 한은의 물가·금융 안정 대응을 조율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한은은 명목 성장률 급등이 투자·임금·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금융 불균형과 가계·기업 간 격차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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