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를 매개로 유럽 소버린 인공지능(AI) 시장에 나란히 진출했다. 미·중 양강이 주도해 온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 한국 기업이 유럽을 축으로 한 세 번째 축을 더한 사례로 평가된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한·프랑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계기로 각각 미스트랄AI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삼성전자는 이종명 부사장 명의로 미스트랄AI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네이버는 미스트랄과 소버린 AI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지분 매입에 그치지 않는다. 미스트랄AI는 모델·추론 서비스를 넘어 자체 컴퓨팅 인프라 확충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기업이다. 반도체·메모리 공급사인 삼성전자로서는 유럽 내 AI 인프라 수요가 커질수록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번 라운드가 단순 재무적 투자보다 유럽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보 차원의 전략적 투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의 접근 방식은 삼성전자와 결이 다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7월 8일 미스트랄AI와 제조 AI 분야 전방위 파트너십을 이미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의는 그 연장선에서 협력 범위를 제조를 넘어 글로벌 소버린 AI 사업 전반으로 넓힌 것이다. 미스트랄AI는 에어버스, BMW, ASML 등 유럽 제조 대기업과 실증 레퍼런스를 쌓아온 기업이며 네이버는 이 레퍼런스에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해 국내 제조 현장에서 성과를 낸 뒤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을 앞서 밝힌 바 있다.
두 협약을 나란히 보면 한국 기업의 유럽 진입 방식이 자본과 사업이라는 투트랙으로 짜여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분투자로 미스트랄AI의 성장 과실과 반도체 수요 접근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네이버는 클라우드·인프라 협력으로 유럽이 이미 검증한 산업 AI 활용 사례를 국내외에 이식하는 전략을 각각 택했다. 반도체 하드웨어와 클라우드·소프트웨어라는 서로 다른 축이 같은 파트너를 통해 동시에 유럽 시장에 진입한 구조다.
미스트랄AI는 오픈AI·구글 등 미국 빅테크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이 양분해온 AI 모델 시장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독자 공급자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이 기업과 자본·사업 양면에서 동시에 결합하면서 한국은 반도체·인프라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미·중 중심인 AI 경쟁 구도의 바깥에서 자체적인 협력 축을 넓히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이 굳이 미국·중국을 배제하거나 견제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독파모'를 잘하기 위해서도 유럽의 대표적인 업체와 협력한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라며 “미국·중국을 견제하거나 배제한다는 태도가 아니라 3위권의 AI의 역량을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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