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K컬처 특수 때마다 뛰는 숙박료, 단속만이 답일까

기수정 문화부장
기수정 문화부장

방탄소년단(BTS)이 부산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호텔부터 들썩였다. 객실이 빠르게 동났고 숙박료가 뛰었다. 공연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바가지요금'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실제로 많이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부산 지역 호텔·모텔·펜션 135곳을 조사했더니 BTS 공연 주말 1박 평균 숙박요금은 43만3999원이었다. 전후 주말 대비 2.4배다. 모텔은 3.3배, 호텔은 2.9배였고 최대 7.5배까지 오른 곳도 있었다.

공연이 열리자 몰려든 수요의 크기도 숫자로 확인됐다. BC카드가 외국인 관광객 5만4700여 명이 결제한 내역을 분석한 결과 공연 주간 부산 지역 숙박업 결제액은 전주보다 227.8% 늘었다. K-팝 공연 하나에 한 도시의 숙박시장이 출렁인 것이다.

'바가지'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부산시는 합동점검에 나서고 신고센터를 가동했다. 단속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 이미 예약한 객실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더 비싼 가격에 다시 내놓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공연을 앞두고 접수된 숙박 불편 신고 311건 가운데 256건이 예약 취소였다. 고액요금 신고 48건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이런 행위까지 시장의 가격 결정이라고 두둔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바가지'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호텔 객실료에는 정가가 없다. 여름 휴가철과 한겨울 비수기의 가격이 다르고 평일과 주말도 다르다. 예약이 몰리면 올라가고 객실이 남으면 내려간다. 항공권도 다르지 않다. 이미 맺은 계약을 깨거나 게시가격보다 더 받는 것과 처음부터 몰려드는 수요를 감안해 가격을 정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K-컬처가 사람을 움직이는 방식은 일반적인 관광과도 조금 다르다. 콘서트가 열리면 수만 명이 같은 날, 같은 장소를 향한다. 팬들에게 공연 날짜를 바꿔 오라고 할 수도 없다. 반면 호텔 객실은 공연 날짜에 맞춰 갑자기 늘릴 수 없다. 며칠의 수요를 감당하겠다고 호텔을 새로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가격표만 들여다봐서는 풀리지 않는 문제다. 특정 날짜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렸는데 이들을 받아낼 숙소가 부족하다. BTS 부산 공연 때 정부와 부산시가 부산을 넘어 양산·창원까지 숙박 범위를 넓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과 종교시설, 공공기관 연수원 등을 대체 숙소로 확보하고 야간열차와 심야버스를 늘려 부산 밖에서 묵을 수 있도록 했다. 부산시는 시민 홈스테이도 가동했다. 호텔 가격을 낮추는 대신 잘 곳을 늘린 것이다.

이런 대책을 공연 직전에 부랴부랴 꺼낼 일은 아니다. K-팝 콘서트와 대형 축제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이 잦아진 만큼 숙박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안전과 세금, 주민 피해에 대한 기준을 갖춘 공유숙박을 활용할 길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공연장이 있는 도시 안에서만 숙소를 찾게 할 게 아니라 심야 교통을 연결해 인근 도시의 객실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도 '바가지 안심가격제도' 도입과 일방적인 예약 취소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만 숙박료 논란이 생길 때마다 가격부터 들여다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불공정한 거래는 단속해야 하지만 수요가 몰려 객실이 부족해지는 문제까지 단속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K-컬처는 이제 콘텐츠를 해외에 내다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와서 며칠을 머물고, 먹고, 쇼핑하게 만든다. BTS 부산 공연 주간 숙박업 결제액이 227.8% 늘었다는 숫자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전 세계 팬들을 한국으로 불러오는 데 성공했다면 그다음은 이들이 편하게 머물게 하는 일이다. 불공정한 바가지는 잡아야 한다. 그러나 가격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객실은 하나도 늘어나지 않는다.

K-컬처 열기를 관광의 성과로 이어가려면 이제 '얼마를 받느냐'만큼 '어디서 재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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