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을 준비하는 외국인들에게 '어디서 사진을 찍을까'는 여행 동선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한복을 입고 고궁을 걷고, 오래된 골목에서는 네온사인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든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전문 사진작가까지 섭외한다.
어디에서 찍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언제 찍느냐다. 같은 서울도 아침과 한낮, 해 질 무렵과 밤의 풍광이 다르다. 아침 경복궁의 기와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오후 청계천에는 윤슬이 번진다. 해 질 무렵 낙산 성곽은 붉어지고 밤이 찾아온 을지로 골목에는 네온사인이 켜진다.
서울관광재단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을 맞아 경복궁과 문래동 창작촌, 청계천, 낙산공원, 을지로를 시간대별 사진 명소로 추천했다. 카메라를 들고 아침부터 밤까지 서울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아침 햇살 가득한 때···한복 입고 경복궁으로 간다
아침에는 경복궁이 좋다. 개장 직후 찾으면 인파가 몰리기 전 비교적 한적한 궁궐을 만날 수 있다. 비스듬히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처마와 단청의 색을 살리고 한복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근정전에서는 전각 뒤로 북악산과 인왕산까지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다. 근정전을 둘러싼 행각도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붉은 기둥 사이에 인물을 배치하면 열주가 자연스럽게 화면의 깊이를 만들어준다.
경회루에서는 연못에 비친 누각까지 함께 담는 반영 사진을 노려볼 만하다. 연못 남서쪽 모서리에서 자세를 낮추면 하늘과 누각, 수면에 비친 경회루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궁궐 안쪽 향원정에서는 아담한 취향교와 주변 자연이 배경이 된다.
교태전과 자경전 일대에서는 돌담과 겹겹이 이어지는 기와지붕이 눈길을 끈다. 화려한 전각과는 또 다른 한옥의 선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경복궁을 둘러본 뒤에는 서촌이나 삼청동으로 걸음을 옮겨도 좋다. 한옥과 카페가 섞인 골목을 걷거나 통인시장에서 엽전을 구입해 음식을 골라 담는 '엽전 도시락'을 체험할 수 있다.
◆한낮엔 문래동…철공소 골목, 사진 배경으로
해가 높이 뜨면 문래동 창작촌으로 향한다. 오래된 철공소와 공방, 카페와 음식점이 한 골목 안에서 뒤섞이는 곳이다.
문래동은 1960년대부터 이어진 철강 골목에 2000년대 들어 예술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점심 무렵 강한 햇빛이 좁은 건물 사이로 떨어지면 철제 구조물과 골목의 명암이 한층 또렷해진다.
오래된 철공소 셔터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골목 곳곳에는 50여 점의 벽화와 철공소 부산물을 활용한 조형물이 자리한다. 금속 가공 작업이 실제로 이뤄지는 철공소와 그림, 공방이 한데 섞여 있는 풍경은 문래동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작업장과 주민 생활공간이 함께 있는 만큼 사진을 찍을 때는 작업이나 일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된 철공소 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살린 카페와 공방도 곳곳에 있다. 낡은 벽돌과 녹슨 철문을 남겨둔 건물 안에 새롭게 꾸민 공간이 들어선 모습도 문래동 골목의 특징이다.
골목을 걷다가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방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금속·도자기 공예 등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 직접 여행 기념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오후엔 청계천…빌딩 사이 물길에 번지는 윤슬을 찾아서
오후에는 청계천으로 향한다. 해가 조금씩 기울면 빌딩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수면에 닿아 반짝인다. 고층 빌딩 아래로 이어진 물길에서는 도심과는 다른 한적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기울어진 햇빛이 청계천 물길에 닿으면 윤슬이 생기고 수변의 버드나무와 풀잎이 함께 화면에 들어온다. 징검다리 위에서 물길과 햇빛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수변 산책로에 앉아 쉬어가는 모습을 담아도 좋다. 최근에는 물에 발을 담그며 쉬는 외국인 여행객들 모습도 부쩍 늘었다.
청계천에서는 다리 아래 그늘과 햇빛이 드는 구간이 번갈아 나타난다. 빛과 그늘이 교차하는 지점을 이용하면 같은 물길에서도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광통교 일대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궁궐로 향하던 옛길의 흔적을 간직한 돌다리와 난간이 현대적인 도심 풍경과 한 화면에 겹친다.
청계천을 따라 세운상가 공중보행길로 이동하면 오래된 전자상가 골목 사이에 자리한 카페와 독립서점, 빈티지 LP숍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해가 기울 무렵에는 광교 아래에서 '청계 소울 오션'도 만날 수 있다. 연말까지 '인어가 헤엄치는 밤' 콘텐츠가 운영되며 관람객이 직접 그린 인어를 물길 위에 띄울 수도 있다.
◆해 질 무렵 낙산공원…성곽 너머 붉어지는 서울
해 질 무렵에는 낙산공원으로 향할 차례다. 한양도성 성곽과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낙산공원에 오르면 남산 서울타워와 동대문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해가 낮아질수록 성곽의 돌 표면도 따뜻한 빛을 머금는다. 동대문에서 혜화문까지 이어지는 성곽길에서는 걷는 방향과 빛의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그림자가 생긴다.
낙산 성곽길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배경으로 등장, 해외 팬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작품에 등장한 성곽길을 직접 찾아 사진을 찍는 여행객도 늘었다.
해가 넘어갔다고 바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일몰 직후 약 20~30분 동안 하늘이 짙은 푸른색으로 변하는 '블루아워'가 이어진다. 성곽에는 조명이 켜지고 그 너머 서울 도심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일몰 무렵은 '골든아워', 해가 진 뒤 푸른빛이 남는 시간은 '블루아워'로 불린다. 짧은 시간인 만큼 일몰 전에 도착해 미리 촬영할 곳을 살펴두는 편이 좋다.
성곽길 산책을 마친 뒤에는 대학로로 이동할 수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보거나 1970~1980년대 분위기가 남아 있는 학림다방, 커피한약방 혜화점 등을 찾는 코스다.
◆밤이 오면 을지로…낡은 골목에 하나둘 켜지는 네온사인
어둠이 내려앉으면 마지막 목적지는 을지로다. 낮 동안 인쇄소와 철물상, 공구상이 자리했던 골목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오래된 간판 사이로 원색의 네온사인이 들어오면서 낮과는 다른 거리로 변신한다.
을지로3가역 인근 노가리 골목은 밤이 되면 사람들로 붐빈다. 좁은 골목을 따라 가게 조명과 네온사인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빛바랜 건물과 간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세월의 흔적이 밴 벽과 낡은 간판, 새로 들어선 가게의 네온사인이 한데 섞인다. 서로 다른 시간의 풍경이 한 화면에 잡히는 것도 을지로가 '힙지로'로 불리는 이유다.
밤에는 네온사인을 사진의 주요 광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물 뒤쪽으로 불빛을 배치하면 어두운 골목과 화려한 네온을 함께 담을 수 있다.
사진을 찍은 뒤에는 을지로의 오래된 노포를 찾거나 골목 안쪽 LP바와 와인바에 들러도 좋다. 동대문 방향으로 이동하면 DDP도 만난다. 오래된 산업 골목의 흔적이 남은 을지로와 곡선형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DDP 야경은 서로 다른 서울의 밤을 보여준다.
아침 경복궁에서 시작해 밤 을지로까지, 카메라를 들고 걷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얼굴을 내보이는 서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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