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호텔시장 성장 여력 무궁무진… 낡은 건물 개조해 기회 잡는다"

  •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인터뷰

  • 취임 두 달 반 만에 국내 27개 호텔 순회… "답은 현장에 있다" 강조

  • "성수·홍대 등 합리적 가격 앞세운 이코노미·미드스케일 시장 커질 것

  • 브랜드마다 브랜드다워야… 지불한 비용 이상의 가치 꾸준히 키켜야"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사진기수정 기자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미디어 인터뷰를 진행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한국 호텔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요즘은 기존 건물을 호텔로 바꾸는 ‘컨버전’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은 국내 호텔시장이 아직 더 커질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코로나19 이후 K팝과 K콘텐츠의 인기를 타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다, 새 호텔을 짓는 대신 기존 건물을 호텔로 전환하는 ‘컨버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서다.

◆신축 대신 ‘컨버전’…“한국 호텔시장 더 커질 여지 충분”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만난 조 부사장은 “호텔 부지를 매입해 설계하고 건설한 뒤 문을 열기까지 통상 3~4년이 걸린다”며 “최근에는 보다 빨리 사업화할 수 있는 컨버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 건물이나 호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엘리베이터와 각종 설비 등 호텔 운영에 필요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조 부사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물과 그렇지 않은 건물이 있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전국적으로 브랜드 호텔을 확장할 여지가 많다”며 “한국 시장의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호텔시장을 낙관하는 데에는 30년 넘게 현장을 지켜본 경험도 깔려 있다.

1993년 호텔업계에 발을 들인 조 부사장은 세일즈와 마케팅에서 출발해 호텔 운영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비스부터 노보텔, 소피텔, 풀만까지 아코르의 이코노미·미드스케일·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를 두루 경험했다.

2011년에는 아코르가 아시아 지역에서 12명을 선발해 운영한 총지배인 육성 과정 1기에 뽑혀 18개월간 교육을 받았다. 이후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강남 총지배인을 거쳐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명동 개관을 맡았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 & 서비스드 레지던스,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의 개관과 초기 운영도 이끌었다.

◆세일즈부터 총지배인까지 30년…“답은 현장에 있다”

세일즈와 마케팅에서 시작한 경력은 지금도 그의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조 부사장은 “운영만 해본 사람은 주로 호텔에 들어온 고객을 보지만 저는 12년 동안 영업을 하면서 고객을 직접 유치해봤다”며 “고객을 어떻게 데려올 것인지, 데려온 고객에게 호텔이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제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운영 총괄을 맡은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현장을 찾는 것이었다. 취임 후 두달 반 동안 국내 아코르 호텔 27곳을 모두 찾았다. 앞으로도 각 호텔을 직접 찾아 운영과 서비스 상태를 살필 생각이다.

“손님은 돈을 내고 호텔에 옵니다. 지불한 요금만큼, 가능하면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아야 다시 오죠. 퀄리티가 유지되지 않으면 어떤 호텔도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조 부사장이 현장에서 챙기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조식 메뉴의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김치를 한국 도자기에 담고, 닭강정에는 ‘코리안 시그니처’라는 안내를 붙이는 식이다.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 고객이 메뉴를 쉽게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조식 가짓수를 무조건 늘리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프레젠테이션 하나만 바꿔도 고객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며 “결국 디테일이고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했다.

아코르의 경쟁력을 묻자 역시 현장 이야기가 돌아왔다. 조 부사장이 꼽은 강점은 ‘유연성’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준은 분명하지만 매뉴얼만 내려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시장과 오너사의 상황에 맞춰 운영 노하우를 함께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운영 총괄로서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그는 “이코노미부터 럭셔리까지 제가 개관을 맡았던 호텔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회사에서도 신뢰를 준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개발이 더 늘어난다면 오너사와 빠르게 소통하고 필요한 부분을 본사와 협의해 해결하는 역할을 기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민숙 아코르 호텔 그룹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사진기수정 기자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사진=기수정 기자]

◆럭셔리·가성비로 양극화…라이프스타일 호텔도 뜬다

국내 호텔시장의 다음 변화로는 ‘양극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꼽았다.

인건비와 물가가 계속 오르는 만큼 럭셔리 호텔은 가격과 서비스 모두 한 단계 더 올라가고, 반대편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이코노미·미드스케일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는 지역과 호텔의 개성을 앞세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부사장은 “최근에는 정형화된 하드 브랜드보다 소프트 브랜드가 주목받는 흐름”이라며 “성수나 홍대, 강남처럼 지역색이 뚜렷한 곳에 좀 더 유니크한 미드스케일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코르가 육성하고 있는 ‘핸드리튼 컬렉션(Handwritten Collection)’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미드스케일 소프트 브랜드로, 호텔마다 다른 개성과 개인화된 서비스를 강조한다. 조 부사장은 국내에서도 이런 형태의 브랜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호텔시장을 떠받치는 수요도 달라졌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졌다는 게 조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는 해외 행사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지금과 반응이 달랐다”며 “코로나 이후에는 ‘한국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위상이 정말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아코르에서도 한국은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아코르는 국내에서 27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성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조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새 호텔을 얼마나 많이 여느냐 못지않게 문을 연 호텔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를 강조했다.

◆“가격만큼의 가치는 지켜야”…호텔도 사람도 지속 가능하게

환경 분야에서도 같은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아코르는 국내 호텔의 친환경 인증인 ‘그린키(Green Key)’ 확대를 추진하고 ‘가이아(Gaia)’ 시스템을 통해 호텔별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일정 기간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에너지 절감 방안을 찾고 관련 실적은 총지배인 평가에도 반영한다.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는 탄소 저감 메뉴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본사의 친환경 기준을 국내 호텔에 그대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객실 생수를 플라스틱병 대신 유리병으로 바꾸려면 병을 세척할 설비와 공간이 필요하다. 객실 수가 많은 호텔은 매일 수백~수천 개의 병을 회수해야 해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

조 부사장은 “지속 가능성은 아코르가 중요하게 보는 분야지만 한국의 인건비나 호텔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며 “한국 시장에 맞는 방식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호텔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가격에 맞는 가치’를 꾸준히 지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노보텔은 노보텔다워야 하고 이비스는 이비스다워야 합니다. 이비스에서 럭셔리 호텔의 서비스를 할 필요는 없어요. 대신 그 브랜드와 가격에 맞는 수준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고객에게 ‘오늘 낸 돈만큼 값어치가 있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한다면 좋은 호텔입니다.”

과도한 서비스 역시 답은 아니라고 했다. 한 총지배인이 있을 때만 서비스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가 담당자가 떠난 뒤 다시 낮아지면 오히려 고객의 실망을 키울 수 있어서다.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지키면서도 브랜드가 약속한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부사장은 “현장 관리가 먼저다. 오버 서비스도 안 되고, 기준보다 낮은 서비스도 안 된다”며 “누가 총지배인을 맡더라도 호텔의 품질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지속 가능성’에는 사람도 포함된다. 호텔이 성장해야 직원들에게도 다음 자리가 생기고, 부서장이 총지배인으로 성장할 길도 열린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30여 년 전 세일즈와 마케팅에서 출발해 총지배인을 거쳐 한국 운영 총괄까지 올라온 조 부사장에게는 자신의 경력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코르 브랜드가 저를 키워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여기서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호텔이 10년, 20년 잘 운영되고 그 안에서 다음 총지배인이 계속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제 역할이 아닐까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