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딜레마] 보호무역 파고에 정부 가입 카드 만지작…농어업 반발은 '산 넘어 산'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카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신시장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질서에서 한국 입지를 넓힐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농축수산업계 반발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향후 가입 추진 시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CPTPP 가입 필요성과 산업별 영향을 놓고 정부 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와 아세안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소비재 수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CPTPP는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일본이 주도해 재편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일본과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등이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는 영국이 참여하면서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CPTPP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5조9117억 달러로 글로벌 GDP 대비 14.3% 수준이다. 최종 관세 철폐율은 평균 98.8%로 회원국 간 수출은 2024년 기준 6180억 달러로 협정 발효 이후 연평균 3.2% 증가했다.

정부 안팎에서 가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다변화다. 한국은 현재 CPTPP 회원국 대부분과 양자·지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하지만 멕시코와는 별도로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않아 CPTPP에 가입하면 관세 인하와 역내 가치사슬 편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CPTPP 회원국 대상 수출은 1648억 달러, 수입은 1643억 달러에 달했다.

CPTPP 외연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지난 5월 가입 협상을 사실상 마친 만큼 내년에는 열세 번째 당사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루과이는 가입작업반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필리핀 등은 예비협의를 시작했다. 한국과 별도의 무역 협정이 없는 우루과이와 대만, 우크라이나 등도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코스타리카가 회원국이 되면 한국의 협상 구조도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CPTPP에 가입하려면 기존 모든 당사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가 정식 가입하면 향후 한국이 동의를 얻어야 할 회원국도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CPTPP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협정 밖에 머문다면 향후 통상규범 형성과 역내 공급망 참여에서 기회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픽=아주경제신문]
[그래픽=아주경제신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변화하는 통상 환경을 반영해 규범 고도화를 선도하는 CPTPP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향후 기회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타 지역과 연대가 확산되면 미래 통상규범이 CPTPP를 모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농축수산업이다. CPTPP는 농수산물 수출 경쟁력이 높은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기존 FTA보다 높은 수준의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농어업계에서는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농어업의 지속 가능성과 농어민의 생존권, 국민 먹거리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할 것"이라며 "농어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하고 있는 CPTPP 가입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도 농어업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 설득이 가입 검토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는 꾸준히 다변화 정책을 실현해가야 한다"며 "기업인, 농어민, 현장 관계자 모두와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도 "CPTPP는 각 부처 입장뿐만 아니라 관련 이해단체와 기관의 입장도 중요한 만큼 소통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다솜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CPTPP 가입은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 단일한 무역규범 활용에 따른 기업의 거래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농업 등 민감산업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하는 만큼 국내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CPTPP가 신규 회원국을 확대하는 동시에 협정의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가입 여부를 검토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가입을 서두르기보다는 국내 민감산업에 대한 영향과 CPTPP 확대, 고도화 움직임을 함께 고려해 적절한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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