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개선이 지연되면 필수 인프라 투자가 위축되고 누적된 비용이 향후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가는 요금에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반영하되 취약계층 지원은 정부 재정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흑자에도…한전·가스公, 부채·미수금 부담 여전
12일 한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46조3173억원,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68억원(16.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조7965억원으로 21.0% 줄었다.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3조784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285억원에 그친 셈이다. 판매단가는 ㎾h당 167.6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전력 판매량이 0.6% 감소한 데다 국제 유연탄 가격이 24.3% 오르면서 연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상반기 연료비는 10조14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177억원(8.8%) 늘었다.
가스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58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0% 증가했지만 매출은 19조3102억원으로 5.2% 감소했다. 상반기 말 총미수금은 14조178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4억원(0.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민수용 미수금은 13조539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줄었지만 전 분기보다는 늘었다.
하반기에는 재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평균 64.9달러에서 104.5달러로 61.0% 뛰었고 원·달러 환율도 3.1% 상승했다.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고 민수용 가스요금의 원가 반영도 제한된 가운데 중동발 연료가격과 환율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대규모 투자 수요도 부담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송·변전망을 적기에 구축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한전은 상반기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투자 효율화로 6000억원을 절감했지만 국가 전력망 확충을 위한 필수 투자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원가 기반 요금제 전환…취약층은 선별 지원
부채를 줄이면서 전력망 투자 재원까지 마련하려면 망 비용을 포함한 원가를 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앞서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력 소매시장 개편 방안 연구'에서 전기요금에 원가와 수급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가격신호가 상실되고 한전의 부채 누적과 투자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원가·기후환경비용·망 비용을 반영한 요금체계와 독립 규제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한국 에너지정책 평가에서 독립 규제기관 설립과 투명한 시장 기반 요금체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취약계층 지원은 정부 재정으로 지급하는 에너지바우처와 에너지 공급자가 요금에서 직접 감면하는 복지할인이 병존한다. 전문가들은 원가를 요금에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대신 취약계층은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선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시스템은 원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원가 기반 요금제로 바꾸고 소매요금도 원가 변동에 따라 조정되는 체계로 가야 한다"며 "그래야 저렴한 발전원을 개발할 유인이 생긴다. 취약계층은 바우처 발행을 통해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대중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요금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억제하기보다 연료비와 국제 에너지가격, 한전의 재무 상황 등을 반영해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급격한 인상은 서민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취약계층 지원은 재정정책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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