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2차 지방 이전] 무보는 부산·대구, 환경공단은 충청?…노조는 부글부글

농협 노조
농협노조가 지난달 29일 서울광화문에서 농협중앙회 본사 지방 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농협노조]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내놓기도 전에 지방자치단체와 노동계가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을 놓고 지자체의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노조에서는 집회와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다. 이전 대상과 지역의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치전과 반발이 먼저 격화하는 모습이다.

2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부가 늦어도 9월까지 전체적인 윤곽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추석 전 큰 그림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일정은 '연내 계획 발표'로 이전 대상 기관과 배치 지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기관별 예상 행선지를 담은 문건이 확산하자 "이전 대상 기관 및 이전 지역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전체 공공기관의 절반 가량은 아직 수도권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 대한민국 공공기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공공기관운영법상 지정 공공기관 342곳 가운데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관은 162곳이다. 서울이 128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 26곳, 인천 8곳이다. 

1차 이전 당시 수도권에 남았던 금융기관은 규모와 상징성 때문에 핵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을 한 곳에 유치하면 상당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대 국책은행은 현행법에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돼 있어 실제 이전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책금융기관의 통폐합과 기능 조정 논의도 변수다. 정부가 공공기관 조직 개편과 지방 이전을 함께 추진할 경우 기관별 기능과 조직이 먼저 재편된 뒤 이전 대상과 지역이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 분야 기관을 둘러싼 유치전도 치열하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대구가 금융·중소기업 지원 기능군의 유치 대상에 포함했고, 부산에서도 금융중심지와 수출·해양금융 기능의 집적을 내세워 이전을 요구해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놓고는 대구와 경남이 경쟁하고 있다. 대구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기존 이전기관 및 로봇·미래모빌리티 산업과의 연계를 강조한다. 경남은 방산·원전·우주항공·기계산업 기반을 내세워 KIAT를 5대 핵심 유치기관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환경기관 중에서는 인천에 본사를 둔 한국환경공단이 대표적인 쟁탈 대상으로 꼽힌다. 충남과 충북은 탄소중립 및 환경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명분으로 유치전에 나섰다. 경남은 대규모 산업단지의 환경 관리 수요, 광주·전남은 나주 에너지밸리와의 연계 가능성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인천에서는 수도권매립지와 환경산업연구단지 등 지역 현안과 공단 업무의 연계성을 들어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를 둘러싼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공공기관운영법상 지정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이지만 광주·전남과 전북 등 지자체의 유치 희망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마사회는 제주가 말 생산·육성·경마·관광의 연계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지역의 유치 경쟁과 달리 내부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총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들은 최근 국토부 관계자와 비공식 면담을 갖고 이전기관 선정 기준과 원칙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조는 다음 달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공동집회를 열 계획이다. 농협 등 다른 금융기관 노조의 참여도 거론된다. 이들은 정책금융기관을 분산하면 기관 간 협업과 금융지원 효율성이 낮아지고 전문인력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 역시 대규모 반발에 나서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농협 측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지정 공공기관이 아닌 자율적인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 주도의 강제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계획이 나오기 전부터 지자체는 기관별 행선지를 점찍고, 노동계는 반발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지방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줄퇴사' 가능성도 크다. 앞서 공공운수노조가 21개 기관 재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는 응답자의 74.8%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전이 결정되면 퇴사나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33.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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