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착한 매도인' 대통령님, 국민들 사정도 봐주세요

이미지ChaGPT
[이미지=ChaGPT]
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매수인의 사정을 배려했다.” “민사상 합의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근저당 거래에 대한 청와대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발 더 나갔다.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은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거래 방식”이며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이라고 했다. 대출 규제도 “매도인이 잔금 지급을 유예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 부부가 잔금을 늦게 받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했다”는 평가도 보탰다.

이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번 거래는 방어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합법적이고 정상적이며 통상적이고, 매수인의 사정을 배려하기 위해 매도인이 불리한 조건까지 감수한 모범 거래다. 대통령 개인의 선의로 남겨두기 아깝다. ‘착한 매도인 금융’이라는 이름을 붙여 정식 제도로 키워볼 만하다.

이 대통령 부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29억원에 팔면서 매수인을 채무자로 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매매대금을 모두 받기 전에 소유권부터 넘겼고, 미지급분에는 이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 재건축 권리 승계 문제를 고려해 매수인을 배려한 거래라는 설명까지 나왔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잔금을 모두 치르기 전에 소유권을 넘겨받아 재건축 권리 승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지급분은 수개월 뒤 무이자로 갚는 거래다. 이 정도면 ‘착한 매도인’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잔금은 10월 말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과 구별되는 실제 미지급 잔금과 구체적인 상환·연체 조건까지 공개된 것은 아니다.
 
사정은 있는데 제도는 없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수도권·규제지역의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줄였다. 고가주택의 차입 매수를 강하게 억제하겠다는 취지였다. 29억원짜리 주택을 사더라도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주담대는 최대 2억원이다.

하지만 매도인이 잔금 지급을 미뤄주고 해당 주택에 근저당을 잡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수인은 집값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넘겨받고 나중에 매도인에게 돈을 갚는다. 금융회사에 질 채무가 매도인에게 질 채무로 옮겨갔을 뿐, 집을 사기 위한 부채라는 경제적 기능은 같다.

현행법이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민주당의 말은 맞다. 그러나 합법이라는 말은 법률적 답이지 집권당의 정책적 답은 아니다. 정부가 차입 매수를 억제하겠다며 금융권의 정문을 좁혀놓았는데, 매도인이 옆문을 열어줘도 괜찮은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매수인의 사정’을 강조했다. 사정 없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 살던 집이 제때 팔리지 않거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입주와 대출·세금 일정이 엇갈린 사람도 수두룩하다.

문제는 누가 더 딱한가가 아니다. 어떤 사정을 제도가 받아주고, 누구의 사정은 각자 해결하게 둘 것인가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사정을 정부·여당이 거래의 정당화 근거로 내세울 생각이라면, 누구의 어떤 사정까지 인정할지 기준부터 답해야 한다.
 
‘통상적’이라면 통계로 관리하자

민주당은 근저당이 부동산 거래에서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이라고 했다. 근저당권이라는 담보 장치가 일반적이라는 말과 매도인이 고가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수개월간 무이자로 남겨주는 거래가 일반적이라는 말은 다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올해 1~5월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 근저당이 설정된 것으로 분류된 거래는 전체 아파트 거래의 3.87%였다. 25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아파트에서는 5.96%였다. 적어도 해당 가격대에서 주류 거래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수치다.

다만 대통령 아파트가 있는 양지마을에서는 재건축 사업 절차를 앞두고 매도인이 근저당권자로 나선 거래가 적지 않게 확인됐다. 시장 전체에서 흔한 방식이라기보다 재건축 일정과 맞물려 소유권 이전을 서두른 거래가 특정 단지에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근저당이라는 담보 수단의 통상성과 고가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수개월간 무이자로 유예한 이번 거래 조건의 이례성은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이 불리한 조건까지 감수한 특별한 배려였다고 강조하려면 이를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서도 안 된다.

시장에는 이미 ‘집주인 대출’ ‘매도인 근저당 가능’ ‘잔금 대여 가능’ 등을 내건 고가주택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은행 대출이 좁혀놓은 자리를 집주인이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대출 규제가 빚을 없애지 못하고 금융회사 장부 밖으로 밀어냈다면 개인의 호의나 비정형적인 사적 계약으로만 남겨둘 단계가 아니다.
 
‘착한 매도인 금융’을 제도로

제도화의 출발은 지원이 아니라 신고와 관리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설명대로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거래라면 매도인 금융을 다른 사적 차입과 구분해 신고·관리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사인 간 잔금 유예를 자금조달계획서의 별도 항목으로 분류해 실제 미지급액과 이자율, 만기, 상환 재원을 구체적으로 적게 해야 한다. 금융권 대출과 합산할지, 상환 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도 정해야 한다.

정책적 지원이나 별도 취급의 대상도 구분해야 한다. 무주택 실거주자에 한정할지, 기존 주택 처분 지연이나 재건축 권리 승계까지 포함할지 기준이 필요하다. 무이자·저리 유예에서 생기는 경제적 이익의 과세 원칙도 명확해야 한다.

매도인도 거액의 잔금을 제때 받지 못할 위험을 떠안는다. 연체이율과 담보 실행, 선순위 권리 확인 기준을 담은 표준계약서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임대료를 깎아준 사람에게 ‘착한 임대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액공제를 줬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매수인의 사정을 헤아려 매매대금을 무이자로 기다려준 사람에게 ‘착한 매도인’이라는 이름과 혜택을 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 거래라는 구체적인 사례도 이미 생겼다.

물론 제도화하는 순간 불편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매도인에게 진 미지급 채무도 주택을 사기 위해 생긴 부채다. 금융권 대출과 함께 관리한다면 그 미지급분 역시 정부가 관리하려던 주택 취득 부채에 들어간다. 관리하지 않으면 자금 여유가 있고 매수인을 믿어줄 집주인을 만난 사람에게만 열리는 규제 밖 통로가 된다.

금지하지 않았다는 말로 방치할 사안도, 대통령의 배려라는 미담으로 끝낼 일도 아니다. 정부·여당의 설명이 맞다면 실제 채무액과 이자·만기 조건을 신고하게 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공개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수 없는 예외라면 대통령의 선행이나 솔선수범처럼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사정 없는 국민은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딱한지가 아니라 정책이 어떤 사정을 어떤 기준으로 받아주느냐다. ‘착한 매도인’ 대통령님, 이제 국민들 사정도 제도로 봐주세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