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도 칼럼] 창업도시의 성공… '성장 사다리'를 구현하라  

김학도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김학도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논설고문] 


 
‘모두의 창업’ 2기가 시작됐다. 선발 규모도 1기보다 두 배 늘린 1만명으로 확대됐다. 1기에 도전한 6만3000명 가운데 5000명을 선발했고, 그중 청년층이 68.4%, 지역 창업자가 74%를 차지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학생과 예비창업자, 초기 창업기업의 창업 열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부터 진짜 승부는 발굴된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과 성장기업으로 얼마나 많이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창업에도 성장경로가 있고, 그 경로마다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연결하는 것이 창업정책의 본질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에게는 사업모델을 구체화할 정보와 멘토링, 시제품을 만들 공간과 장비가 필요하다. 실제 창업을 한 기업에는 초기자금, 인력, 기술개발, 시장정보와 판로가 필요하다. 이후 성장 단계에서는 투자, R&D, 정책금융이 필요하다.
 
지난 5월 열린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심포지엄이 ‘창업을 넘어 성장으로’를 주제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 창업지원은 지난 30여 년 동안 크게 확대됐다. 1995년 창업지원사업은 10개 미만, 예산 6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중앙부처 기준 87개 사업, 약 1조5800억원 규모로 늘었다. 그러나 창업기업 수는 2023년 약 123만개에서 2024년 약 113만개로 감소했다. 이제는 사업을 늘리는 것만으로 창업을 늘리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분명하다. 성장 단계마다 지원체계가 끊기고 다시 처음부터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비창업, 초기, 도약, TIPS, 정책금융, 수출지원 등 프로그램은 많지만 기업으로서는 하나의 연속된 성장경로로 느껴지지 않는다. 한 사업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도 다음 단계에서 다시 지원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필자는 정부에서 창업정책을 수립하고 창업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지원했던 경험이 있다. 현장에서 창업기업을 만나보면 자금 부족만이 어려움이 아니다.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을 연결하고, 사람이 필요할 때 인력을 연결하며, 기술이 필요할 때 개발과 실증을 연결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창업기업의 성장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지원이 이어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기업에 대한 후속 연계지원은 주목할 만하다. 창업교육과 사업화 지원이 끝이 아니라 졸업 이후 필요한 금융과 인력지원 등을 연계해 다음 성장 단계를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검증된 기업을 다시 출발선에 세우는 것보다 그동안 이룬 성과를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것이 정책 효율성도 높이고 기업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선발된 인재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장경로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따라서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은 발굴되고 검증된 팀 가운데 가능성이 확인된 팀이 기존 지원사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선발 시 축적된 평가를 다음 단계에서 일정 부분 인정하고, 후속사업 추천과 투자기관 매칭, 기술·인력 지원, 실증 등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모두의 창업’은 단순한 아이디어 공모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부 창업정책의 ‘첫 관문‘이 된다. 그러면 그 관문을 통과한 기업은 단계에 따라 필요한 자원을 차례로 공급받는 성장사다리를 만들게 된다.
 
창업도시는 바로 이러한 성장사다리를 지역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이어간다. 정부는 창업도시를 전국 10곳으로 확대하고 있다. ‘모두의 창업’에서 발굴된 예비·초기 창업자가 지역 창업도시로 유입되고,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과 인재를 만나며, 지역기업과 공공기관을 통해 기술을 실증하고, 지역펀드와 민간투자에서 조달된 자본에다 중앙정부의 R&D·금융과 연결돼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후 글로벌 투자와 해외시장으로 이어진다.
 
지역에는 이를 가능하게 할 상당한 기반이 이미 있다. 전국 창업보육센터 중 약 66%가 비수도권에 위치하며, 상당수가 대학에 있다. 대학은 연구장비와 실험실, 교수·학생 등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원이 개별 기관 안에 머무른다는 데 있다. 따라서 대학도 단순한 창업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기술사업화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학생과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기업으로 연결하고, 장비와 실험실을 스타트업에 개방해 시제품 제작과 실증을 지원해야 한다.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창업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본도 지역으로 함께 움직여야 한다. 현재 창업기업 중 약 54.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벤처기업 증 약 65%, 액셀러레이터 투자금 중 76.6%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에서 지역펀드만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 VC와 공동투자를 확대하고 후속투자와 글로벌 자본으로 이어지는 ‘투자의 이어달리기’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중앙은 자금과 제도를 공급하고, 지역은 기업이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과 현장을 제공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에는 기업이 기술을 시험해 보고 첫 번째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실증현장과 수요기업이 있기 때문에 창업정책이 지역의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성과평가도 바뀌어야 한다. ‘모두의 창업’과 같은 저변 확대 정책은 참여자 수나 교육인원 같은 지표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책의 성과는 그중 몇 팀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고, 몇 년 뒤에도 살아남았으며, 후속투자나 매출과 고용, 수출로 얼마나 성장했는지까지 추적해야 한다. 또한 창업도시 10곳의 성공도 지정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성장기업을 만들었나로 판단해야 한다. 정부의 창업정책은 이제 ‘얼마나 많은 사업을 만들었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을 다음 성장 단계로 연결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모두의 창업’이 창업의 문을 넓혔다면 이제는 정부의 창업지원체계 전체가 그 이후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창업도시가 그 길을 지역에서 실제로 연결하는 성장플랫폼이어야 한다. 지역의 인재·기술·자본·시장과 정부의 정책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지역창업과 국가 창업정책이 함께 성공하는 길이다.

김학도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통상교섭실장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현 충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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