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이나 키팅이나 다 중요해요. 사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두 역할이 다를 뿐이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자유를 가르친 키팅은 캡틴이었고, 규율을 앞세운 놀란 교장은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일 서울 대학로 놀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에서 조광화 연출은 두 인물을 선악으로 나누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누구나 키팅과 놀란의 두 얼굴을 함께 지니고 살아간다고 봤다.
조 연출은 "이 작품의 핵심은 '너의 선택으로 너의 인생을 살아라'는 것"이라며 "의학이나 법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길을 가든 중요한 것은 그 길이 자신의 선택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번 무대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상징적인 대사와 작품이 품은 본질적인 질문에 집중한다. 입시와 사회적 성공만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교사 존 찰스 키팅은 학생들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만의 '시'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이끈다. 반면, 웰튼 아카데미의 교장 놀란은 규율과 성취를 앞세우며 명문대 진학을 성공한 삶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조 연출은 이 둘을 단순한 대립 구도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는 "키팅은 학생들에게 '너의 인생을 살라'고 말하면서도, '너의 인생을 찾으라고 했지 망가뜨리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며 "학교는 억압과 규율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황금 같은 기회를 주는 곳이기도 하다. 놀란 같은 교장이 있기에 아이비리그에 많은 학생을 보낼 수도 있다. 그 역시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의학도, 법학도, 꿈도 낭만도 중요하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정해준 길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을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는 데도 선을 그었다. 조 연출은 "학교에는 선생과 학생이 있고, 사회에는 상사와 신입사원이 있다. 군대에도 선후배가 있고 인생에도 먼저 길을 간 사람이 있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편적인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놀란 교장과 닐의 아버지 페리를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박지일 역시 작품의 메시지를 인간관계에서 찾았다. 그가 맡은 두 인물은 학생과 자식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삶을 상대에게 강요한다.
박지일은 "(그들의 사랑 방법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존엄성, 주체성이 빠져 있다"며 "내 주변의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타인의 삶을 대신 설계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길을 찾도록 곁에 서는 것. 트리플 캐스트로 키팅을 연기하는 차인표가 해석한 키팅도 그런 인물에 가깝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우리 모두는 변화를 꿈꾸고 틀에서 벗어나길 원하죠. 살아 있다면 모두 그런 소망이 있어요. 그런 소망을 가져도 된다는 것, 틀을 부수는 게 아니라 세상에는 많은 틀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동료 입장에서 연기하려고 해요."
공연은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