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학진흥재단(이사장 이하운)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6회계연도 사립대학(전문대학 포함) 예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사립대학의 총 예산 규모는 76조 3263억 원으로 지난해(67조 9482억 원)보다 12.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 재정의 핵심인 교비회계 본예산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26조 9328억 원을 기록했다. 수입 항목별로는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이 14조 2622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년 대비 6.2% 늘어났고, 글로컬대학30 및 앵커(舊(구) RISE(라이즈) 사업) 등의 확대로 ‘국고보조금’은 10.4% 증가한 5조 7604억 원에 달했다. 대학 연구 역량 강화를 대변하는 산학협력단회계 역시 전년 대비 14.4% 증가한 11조 6461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예산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세 뒤에는 심각한 구조적 재정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대학들이 거둬들인 등록금 수입 전액을 투입해도 교직원 인건비와 건물 유지비 등 최소한의 ‘고정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등록금 수입의 60% 이상이 수도권 대학에 쏠려 있는 구조 속에서, 비수도권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교육비 투자율을 수도권보다 높이는 양상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총 교육비(보수·연구학생경비·산학협력비 등 포함) 투자 규모의 증감률이다. 올해 사립대 총 교육비는 31조 73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는데, 일반대학 기준 비수도권 대학의 교육비 증가율은 8.8%(10조 4040억 원)를 기록해 수도권 대학의 증가율 7.4%(16조 3131억 원)를 앞질렀다. 전문대학 역시 비수도권 증가율(8.9%)이 수도권(7.5%)보다 높았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지방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등으로 확보한 재원을 장학금 확충, 교육 환경 개선 등 학생 유치를 위한 교육비 투자에 우선적으로 쏟아붓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출 항목별 분석에서는 대학 재정 구조의 취약성이 더욱 뚜렷하게 관측됐다. 올해 사립대 교비회계에서 교직원 인건비(보수)는 10조 3159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38.3%)을 차지했으나 증가율은 3.3%로 안정되게 관리됐다. 그러나 시설유지비·전기수도료 등이 포함된 관리운영비는 6.0% 늘었고, 교내외 장학금 등 연구·학생경비는 7.3%, 토지·건물 매입 등 자산 및 부채 지출은 10.1% 급증했다.
특히 교비회계 기준 보수와 관리운영비를 합산한 최소 ‘고정비’ 규모는 13조 9387억 원으로, 사립대가 확보한 순수 등록금 수입(13조 5023억 원) 대비 103.2%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만으로는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숨통인 인건비와 관리비조차 충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학들이 정부의 적립금 활용 유도 기조에 맞춰 올해 수도권(8553억 원), 비수도권(3568억 원)을 가리지 않고 적립금 적립액보다 인출액을 늘려 전방위적인 교육환경 개선(건축기금 인출 5772억 원)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분석 결과는 최근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단순히 재정 축적 목적이 아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방증한다. 등록금 수입을 상회하는 고정비 구조 속에서 국고보조금이나 기부금(5.0%↑), 교육부대수입(5.0%↑) 등 대학 자체적인 재원 확보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확보된 재원이 인건비 인상보다는 연구·학생경비(7.3%↑)나 교육비 투자 확대(8.0%↑) 등 학생 혜택과 교육 질 제고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으로의 등록금 수입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한, 재정이 열악한 지방 대학은 고사 위기를 면하기 어렵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사무총장은 “정부의 획일적인 재정지원 사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급격한 물가 상승률과 대학의 재정 한계를 감안해 현행 등록금 인상 규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대학이 처한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조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다각적인 재정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황인성 사총협 사무총장은 “최근에 논의되고 있눈 반도체 특수에 따른 초과 세수를 고등교육에도 활용하는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추가 세수를 활용해 청년 등 다음 세대 성장엔진과 지방 인재 등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분야 대학원 지원 및 연구 인력 양성을 위해 교부금 칸막이를 허물어 대학에 직접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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