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오는 11일 파키스탄에서 후속 협상을 재개한다. 핵 문제와 제재 해제, 동결 자금 반환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전쟁과 종전 합의를 거친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의 성공 여부는 핵 시설이나 제재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곳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수십만 명의 이란인이 몰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가짜 눈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국민들이 하메네이를 증오한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반복해 온 중동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력과 핵 개발 능력, 경제 상황은 분석해 왔다. 하지만 이란 사회를 움직이는 역사와 종교, 민족적 자존심과 집단 기억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란은 단순한 중동의 한 국가가 아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이며 수천 년 동안 독자적인 문명을 유지해 온 나라다. 이란인들은 오랜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계층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외부 세력의 압박에 직면하면 사회 전체가 민족주의적으로 결집하는 모습 역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하메네이 장례식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물론 모든 참석자가 정권을 지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란 내부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제난과 부패, 정치적 억압에 대한 불만도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국가 지도자의 장례식에 대규모 인파가 운집한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정치 행사가 아니라 이란 사회의 정서와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불신은 그대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 기간 동안 이란과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도 "모두 한곳에 모여 있지만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상대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실주의적 계산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또 다른 위협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국제정치에서 힘은 중요하다. 그러나 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경험했듯이 군사적 승리가 곧 정치적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대 사회의 역사와 문화, 종교와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접근하면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평화는 얻기 어렵다.
건국 250년의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다. 그러나 5000년 문명의 이란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나라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를 과소평가하거나 조롱하는 태도가 아니다. 미국은 이란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하고, 이란 역시 반미 구호만으로 미래를 열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협상은 핵 문제를 넘어 두 나라가 서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중동의 평화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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