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마친 예비군이라면 한 번쯤 외쳐봤을 익숙한 구호다. 새벽 초소에서 휴대용 무전기 P-96K를 한 손에 쥐고 근무 현황을 지휘통제실에 수시로 보고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장의 명령과 상황 보고 역시 무전기를 통해 오갔다. 훈련장에서는 안테나를 길게 뽑은 PRC-999K를 군장 대신 멘 통신병이 지휘관 곁을 지켰다.
군대 내부에서 오랫동안 군의 '입과 귀' 역할을 해온 무전기도 세대 교체를 맞았다. 음성 통신 중심의 아날로그 장비에서 문자와 사진, 위치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디지털 전술 통신 체계로 거듭나고 있다.
군 통신 현대화는 육군 전술무전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항공기와 지상군, 함정이 사용하는 공지(空地) 통신체계 역시 대대적인 성능개량에 들어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공지통신무전기 성능개량(세턴·SATURN) 사업 추진 기본 전략 수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세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운용하는 차세대 공지 통신 표준이다. 항공기와 지상군, 함정이 서로 교신하는 통신체계다. 국군이 운용 중인 HQ(Have Quick)-Ⅱ 무전 통신 체계보다 보안성과 항재밍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은 공지통신체계를 세턴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우리 군은 한·미 연합작전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2년부터 2032년까지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공지통신무전기를 세턴 방식으로 성능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당초에는 기존 장비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미군의 운용 기준 변화에 맞춰 세턴 규격을 적용한 신규 공지통신무전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지상·함정용 공지통신무전기 성능개량 사업비는 기존 약 400억원에서 4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업계의 경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통신과 항공전자, 체계통합 역량을 갖춘 한화시스템과 LIG D&A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와 세턴 공지통신무전기 면허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LIG D&A는 PRC-999K 등 군 통신장비 사업을 수행해 온 만큼 차기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위사업청은 내년 1월까지 사업타당성 재검증 및 총사업비 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미 연합작전 간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한 세턴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총사업비가 확정되면 추가 사업 공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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