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조정도 보증도 '한 지붕 두 살림'…금융공공기관 재편 '산 넘어 산'

  • 햇살론 대위변제 3년째 1조원대…새출발기금 채무액 31조

  • 통합엔 이해상충·노조 반발…"수요자 접점부터 묶어야"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 생활자금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은 A씨는 이미 연체 중인 상태였다. A씨 상황에서는 서금원 신규 대출 상담보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조정을 받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러나 서금원을 찾은 A씨가 신복위 상담을 받으려면 별도로 예약을 잡고 며칠 뒤 재방문해야 한다. 취약 차주로서는 같은 ‘빚 문제’를 두고 기관을 옮겨 다녀야 하는 셈이다.

취약 차주 부실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공공기관 재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금원과 신복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복위 등 취약 차주 지원 기능이 맞물리는 기관을 중심으로 상담·신청·사후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기관별 법적 성격과 재원 구조, 주무 부처가 달라 단순 통폐합은 쉽지 않은 데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변수까지 겹치며 재편 논의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금원이 대신 갚아주는 햇살론 관련 대위변제액은 △2023년 1조5198억원 △2024년 1조4675억원 △2025년 1조1108억원으로 3년 연속 1조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6.8%로 2019년 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위변제율도 30%에 육박했다. 

채무조정 수요도 늘고 있다. 캠코와 신복위가 함께 운영하는 새출발기금은 올해 5월 말 누적 기준 신청자 20만1176명, 채무액 31조755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신청자는 3만명 이상, 채무액은 3조원 넘게 증가했다. 취약 차주 지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상담·신청·사후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책금융 창구는 여전히 기관별로 나뉘어 있다. 서금원은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맡고, 신복위는 연체 이후 채무조정을 담당한다. 신규 자금 지원과 사후 채무조정이 밀접하게 연결돼야 하지만 실제 상담·신청 단계에서는 업무가 분리돼 있다.

캠코와 신복위도 채무조정 영역에서 기능이 맞물린다. 캠코는 부실채권 매입·정리와 공적 채무조정 성격의 사업을 맡고, 신복위는 금융회사와 채무자 간 사적 채무조정을 중재한다. 새출발기금 역시 하나의 제도 안에서 부실 차주는 캠코, 부실우려 차주는 신복위가 담당한다.

그러나 기능 재편이 곧바로 통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캠코와 신복위는 모두 채무조정 영역에 걸쳐 있지만 성격이 다르다. 캠코는 공적 재원을 활용한 부실채권 정리 기능이 강한 반면 신복위는 금융회사와 채무자 사이에서 사적 조정을 중재하는 기능이 중심이다. 두 기능을 단순히 합치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서금원과 신복위 통합론에도 내부 반발이 있다. 신복위 노조는 최근 두 기관 기능을 단순히 묶기보다 독립성과 별도 대표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여기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까지 겹치면서 국책은행과 금융공공기관 노조의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5극3특 구상과 맞물려 공공기관 재편 논의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기관별 설립 목적과 이해관계가 달라 단순 통폐합으로 풀기는 쉽지 않다"며 "취약 차주가 체감할 수 있도록 상담과 신청, 사후관리 등 수요자 접점부터 먼저 묶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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