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2023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백독수리 훈장을 폴란드 대통령에게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가 우크라이나인들이 받아야 할 존중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고 키이우 우체국에서 폴란드로 발송되기 직전의 훈장 사진도 첨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정부의 훈장 박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와 친러시아 성향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과거 논란이 된 수여자들이 여전히 폴란드 훈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폴란드 측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자국 군부대인 북부독립특수작전센터에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하면서 촉발됐다.
폴란드 우파는 이 사건을 정부 차원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특정집단 말살)로 인정하라고 요구해왔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폴란드 측 보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도 1만명 안팎 숨졌다는 점을 들어 일방적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인식도 있다.
논란이 커지자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됐던 백독수리 훈장을 박탈하기로 했다. 이에 레오니드 쿠치마, 빅토르 유셴코, 페트로 포로셴코 등 민주화 이후 우크라이나 전직 대통령들도 폴란드의 조치에 반발해 백독수리 훈장을 자진 반납했다.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과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 비서실장, 바실 보드나르 폴란드 주재 대사 등 현직 관료들도 폴란드에서 받은 각급 훈장을 반환하기로 했다.
다만 폴란드 정부 안에서는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정치인들 사이의 갈등은 양측 모두에 비용을 초래할 전략적 실수"라며 "그 비용은 경제, 지정학, 평판 측면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갈등이 폴란드가 이번 주 발트해 항구도시 그단스크에서 개최하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초 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폴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서부와 맞닿은 자국 국경을 난민 수백만 명에게 개방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맞선 공로를 기린다며 2023년 4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백독수리 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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