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금융AI시대=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원칙과 내실로 성장한 50조 금융그룹, 보험의 본질을 지키는 경영자

금융산업은 혁신과 속도를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공격적 확장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원칙과 내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이 더 큰 경쟁력이 된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그런 경영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1988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현대해상을 국내 대표 손해보험사로 성장시켰다.

현대해상은 오늘날 자산 50조원을 넘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했고, 손해보험 본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보험산업이 IFRS17 체제와 실손보험 개혁, 저출산·고령화,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몽윤 회장의 금융기업가정신은 더욱 주목받는다.

그의 리더십은 화려한 혁신보다 지속가능한 성장,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건전성, 단기 성과보다 장기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사진아주경제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사진=아주경제]


 보험의 본질을 지켜온 정몽윤의 경영철학


정몽윤 회장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원칙'이다.


그는 범현대가 경영인 가운데서도 가장 조용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언론 노출을 즐기지 않고 시장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조직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현대해상의 성장 과정은 이러한 경영철학을 잘 보여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저금리 시대와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현대해상은 단 한 번도 무리한 외형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보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보험은 제조업이 아니다.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신뢰를 축적하는 산업이다. 고객은 보험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위험에 대비한 안전망을 구매한다. 보험회사의 경쟁력은 결국 고객이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를 믿고 계약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몽윤 회장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현대해상은 어린이보험과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꾸준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특히 '굿앤굿 어린이보험'은 업계를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기 판매보다 고객 생애주기에 맞춘 상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다.


그는 성장보다 생존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을 해왔다. 금융산업은 호황기에 실력이 드러나는 산업이 아니라 위기 때 진짜 경쟁력이 검증되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몽윤의 금융기업가정신은 화려한 혁신보다 원칙과 건전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에 있다.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난 내실경영



최근 손해보험업계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높아지고 있고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인하와 이상기후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IFRS17 도입 이후에는 자본 관리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현대해상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5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6% 감소했다. 장기보험 손익은 3381억원으로 60.9% 줄었고 자동차보험은 908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독감 등 호흡기 질환 확산과 이상기후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실적만으로 회사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현대해상의 미래 수익성을 보여주는 보험계약마진(CSM)은 8조9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지급여력비율(K-ICS) 역시 190.1%로 1년 전보다 33.1%포인트 상승했다. 장기채 매입 확대와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자본 건전성을 높인 결과다.


이는 정몽윤식 경영의 특징을 보여준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 경쟁력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대신 경영진이 먼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융회사의 핵심 자산이 결국 신뢰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험회사는 단기 실적보다 장기 건전성이 중요하다.


오늘의 이익보다 10년 뒤에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정몽윤 회장이 수십 년 동안 강조해온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보험산업의 본질이 위험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현대해상은 급격한 성장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현대해상은 국내 손보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혁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정몽윤 회장을 보수적 경영자로만 보는 것은 절반만 보는 것이다.

그는 변화의 필요성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기반 금융은 현대해상이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험산업은 AI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산업 중 하나다.



AI는 고객의 위험을 예측하고 보험사기를 탐지한다. 사고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보험료를 산출한다. 앞으로는 보험금 지급 심사와 고객 상담까지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정몽윤 회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대해상은 AI 기반 손해사정 시스템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디지털 보험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위험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이는 보험업의 본질과도 연결된다.

AI는 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보험산업은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산업이다.


누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질병이 증가할지, 어떤 위험이 새롭게 등장할지를 예측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AI 시대에 보험회사의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몽윤 회장은 비록 기술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현대해상이 변화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꾸준히 투자해왔다.


그는 혁신보다 원칙을 중시하지만 혁신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원칙 위에 혁신을 쌓아가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안정성 위에 혁신을 더하다


보험산업은 지금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저출산은 신규 고객을 줄이고 있다. 고령화는 보험금 지급 부담을 늘리고 있다. AI와 빅테크는 전통 보험사의 사업 모델을 흔들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현대해상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는 자본 건전성 강화다.

둘째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다.

셋째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다.


정몽윤 회장은 지금까지 안정성을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

앞으로는 안정성 위에 혁신을 더해야 하는 시대다.

현대해상이 50조 금융그룹을 넘어 다음 세대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와 데이터,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보험의 본질이다.

고객의 신뢰를 지키고 약속을 이행하는 것.


정몽윤 회장이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켜온 가치다.

그의 금융기업가정신은 결국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보험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산업이며, 신뢰는 원칙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SWOT 분석:

강점(Strength)

국내 손보업계 상위권 브랜드와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분야 경쟁력이 높으며, 자산 50조원 규모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정몽윤 회장의 장기 경영 경험과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도 강점이다.

약점(Weakness)

2025년 당기순이익이 5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6%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적자 전환과 실손보험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 속도는 일부 경쟁사보다 느리다는 평가도 있다.

기회(Opportunity)

AI 기반 보험 혁신, 데이터 활용 확대, 디지털 보험 플랫폼 구축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고령화에 따른 헬스케어·시니어 보험 시장 확대도 긍정적 요인이다.

위협(Threat)

저출산과 보험시장 성장 둔화, 실손보험 제도 개편, 이상기후에 따른 손해율 상승은 지속적인 부담 요인이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과 AI 경쟁 심화도 위협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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