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5월 경제] "소비심리 살아났지만 급등한 물가에 얇아진 지갑"

  • 중동발 고유가 후폭풍 본격화…물가상승률 3% 돌파

  • "적극적 소비 증가보다 불가피한 지출 확대"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5월 한 달 40대 직장인 김모씨 가계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주유비였다. 주말마다 아이 학원과 부모님 댁을 오가던 김씨는 '한 번 넣을 때마다 체감 부담이 확 늘었다'고 느꼈다. 여름휴가 항공권도 문제였다. 휴가철 가족 여행을 알아보다가 항공료와 숙박비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자 계획을 줄이거나 미루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김씨와 같은 중산층 가계가 느낀 부담은 지난달 물가 지표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2024년 3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이 24.2% 급등했고 국제항공료도 33.5% 뛰었다. 생활물가지수 역시 3.3%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물가 상승의 출발점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였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휘발유·경유에 그치지 않고 교통비와 여행비로 번졌다. 김씨로서는 출퇴근과 가족 이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고 동시에 휴가·여가 비용까지 부담이 커진 셈이다. 물가 상승이 장바구니를 넘어 이동과 여가 지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급등한 물가에도 소비심리는 당초 우려와 달리 5월 들어 반등했다. 한국은행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1로 전월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현재생활형편CSI는 93으로 2포인트, 생활형편전망CSI는 97로 5포인트 올랐고, 현재경기판단CSI와 향후경기전망CSI도 각각 83, 93으로 15포인트, 14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심리 개선이 곧바로 소비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김씨의 선택은 오히려 신중해졌다. 경기 전망이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기름값과 항공료가 오른 상황에서 외식과 여행, 내구재 소비를 동시에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지출전망CSI는 110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지만 생활물가가 3%대에 올라선 상황에서 지출 증가가 ‘적극 소비’보다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지출 확대일 수 있다.

물가 불안 심리도 여전하다. 지난 1년간 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3.0%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8%로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2% 후반대에 머물렀다. 소비자들은 경기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생활비 부담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함께 갖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동안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6월 물가 상승률도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5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5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확대됐고 국내외 항공료 등 여행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 가격도 높아지면서 4월보다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5월 가계 경제는 ‘심리 회복’과 ‘체감 부담’이 엇갈린 달로 평가된다. 지표상 소비자심리는 반등했지만 중동발 고유가 충격이 주유비, 항공료, 숙박비를 통해 중산층 가계의 실제 소비 선택을 제약했다.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나더라도 물가가 3% 안팎에서 머문다면 소비 회복세는 속도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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