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주자 진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 규모에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적응증 확대와 해외 시장 공략으로 성장세를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4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가이리포트는 2035년 글로벌 P-CAB 시장 규모가 75억달러(약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P-CAB 시장은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개발 P-CAB 신약 3종은 연간 처방액 3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로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적응증 확대를 통한 차별화와 해외 시장 선점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 계열 약물 간 효능 차별화가 제한적인 만큼 환자군 확대가 핵심 변수라는 설명이다.
현재 시장 선두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케이캡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비롯해 위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요법 등 총 5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6번째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 3상도 마무리하며 품목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국내 P-CAB 가운데 가장 넓은 처방 범위를 구축한 셈이다.
처방 실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케이캡의 누적 원외처방 실적은 1조26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산 신약 단일제 기준 누적 처방액 1조원을 넘어선 첫 사례다. 지난해 연간 처방 실적 역시 2000억원을 돌파하며 HK이노엔의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케이캡은 현재 국내를 포함해 23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았고 기술수출과 완제 수출 등을 통해 55개국에 진출했다.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 파마슈티컬스는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역시 적응증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22년 출시된 펙수클루는 2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펙수클루정 40mg'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적응증까지 추가로 허가받으며 총 4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펙수클루는 지난해 중국 허가에 이어 인도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산 P-CAB 제제가 인도에 출시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멕시코·칠레·에콰도르·필리핀 등 6개국에 출시됐으며 기술수출과 품목허가 신청 등을 포함하면 진출 국가는 30개국 수준까지 확대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중국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며 인도 역시 출시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적응증 확대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충분히 해결되지 못한 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별로 소화기 질환 치료 환경과 미충족 수요가 다른 만큼 다양한 임상 근거와 적응증을 확보할수록 현지 의료진 신뢰를 높이고 시장 안착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는 해외 사업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회사는 지난 2일 인도에서 자큐보의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GERD) 임상 3상에 성공하고 허가 신청을 마쳤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현지 파트너사 리브존제약과 함께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장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원제약은 오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P-CAB 신약 'DW4421'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위식도역류질환을 넘어 추가 적응증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오리지널인 한국다케다제약 '보신티' 제네릭도 후발주자들이 몰리고 있다. 동광제약의 퍼스트제네릭을 시작으로 마더스제약, 경보제약, 삼익제약 등이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동화약품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관련 제네릭 34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P-CAB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단순 출시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단계에 들어섰다"며 "결국 적응증 확대와 해외 시장 안착 속도가 시장 판도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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