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물길 사이, 서울이 풍경이 되는 시간

서울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관광용 계류식 헬륨 기구 ‘서울달’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서울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관광용 계류식 헬륨 기구 ‘서울달’.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서울은 대체로 위를 올려다보는 도시다. 빌딩은 높고, 도로는 복잡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어딘가를 향해 이동 중이다. 출근길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든, 여의도 증권가의 횡단보도 앞에서든, 이 도시는 좀처럼 멈춰 서서 자신을 들여다볼 틈을 주지 않는다.

여의도공원 한복판에 놓인 거대한 흰색 풍선, 서울달은 그 익숙한 시선을 잠시 뒤집어놓는다. 표면에는 'SEOUL MY SOUL'이라는 문구와 웃는 얼굴이 새겨져 있다. 멀리서 보면 도시 브랜드 조형물 같고, 가까이서 보면 놀이공원에서 보던 풍선 놀이기구를 행정적으로 성실하게 키워놓은 듯하다. 가볍고 귀엽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문이 닫히기 전까지는.
 
탑승객들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지상 130m까지 오르는 ‘서울달’에 탑승해 미니어처처럼 펼쳐진 서울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탑승객들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지상 130m까지 오르는 ‘서울달’에 탑승해 미니어처처럼 펼쳐진 서울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 문이 닫히자, 풍경보다 높이가 먼저 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서울달은 전망대이기 이전에 작은 시험대였다.

기구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하자, 발밑이 멀어지는 속도보다 심장이 한 박자 먼저 반응했다. 탑승 공간은 도넛 모양이다. 사방이 열려 있어 전망이 좋다는 말이 이토록 위협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때서야 실감했다. 어느 방향을 봐도 아래가 보였고, 바람이 불 때마다 기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공포는 360도로, 더없이 공평하게 열려 있었다.
 
서울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계류식 헬륨 기구 ‘서울달’이 탑승객들에게 360도 전망과 발아래로 펼쳐지는 서울 도심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서울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계류식 헬륨 기구 ‘서울달’이 탑승객들에게 360도 전망과 발아래로 펼쳐지는 서울 도심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쇠줄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여의도공원이 아래로 멀어졌다. 방금 전까지 또렷하게 보이던 사람들이 점처럼 수축했다. 바람 소리가 귀를 가득 채우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다는 서울의 전경은 한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름다운 줄은 알겠는데, 무서운 것이 먼저였다.
 
‘서울달’에서 보이는 미니어처처럼 펼쳐진 서울 도심의 풍경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서울달’에서 보이는 미니어처처럼 펼쳐진 서울 도심의 풍경,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최고 고도에 이르러서야 풍경이 조금씩 눈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과 한강의 교량들, 도로 위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납작하게 내려앉았다. 지상에서는 늘 크고 분주하게만 느껴지던 서울이 위에서 보니 의외로 작고 고요했다. 도시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오직 보는 위치였다.

서울달은 최대 130m까지 오르는 계류식 헬륨 기구다. 지름 22m의 보름달 모양으로, 1회 비행은 탑승부터 하차까지 약 15분이 걸린다. 성인 요금은 2만 5천 원이다. 서울관광재단 자료에 따르면 누적 탑승객은 10만 명을 넘었고, 그 중 외국인 비율은 약 44%다.
 
독일인 관광객 밀리타 씨34와 카르스텐 씨31가 ‘서울달’ 탑승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독일인 관광객 밀리타 씨(34)와 카르스텐 씨(31)가 ‘서울달’ 탑승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탑승 전 마주친 독일인 관광객 밀리타 씨와 카르스텐 씨는 여행 앱 클룩에서 서울달을 발견하고 여의도공원을 찾았다고 했다. 한국에 도착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두 사람이 기대한 것은 단순했다. "위에서 서울의 빌딩들을 내려다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에게 이 기구는 일종의 빠른 요약본이다. 지하철 노선도를 익히기 전, 골목의 방향감각을 몸에 새기기 전, 도시 전체의 윤곽을 먼저 조감하게 해준다.

▲ 하늘에서 내려오자, 강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 대합실에서 한강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 대합실에서 한강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하늘에서 내려온 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이었다.

배에 오르자 처음에는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뱃머리 쪽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분주했다. 릴스를 찍는 사람, 기념사진을 남기는 사람, 그냥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서 있는 사람.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소화하는 사람들이 제법 아름다워 보였다.
 
멕시코인 관광객 안나 씨29와 크리스텔 씨45가 여의도 선착장으로 향하는 한강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멕시코인 관광객 안나 씨(29)와 크리스텔 씨(45)가 여의도 선착장으로 향하는 한강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한강을 배경으로, 누군가는 춤을 추고 있었다.

결국 밖으로 나갔다. 사진도 찍고, 바람도 맞았다. 유리 안에서 내다보던 것과 몸으로 직접 받아내는 것은 달랐다. 강바람은 예상보다 세고 차가웠다. 강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서울이 양쪽으로 펼쳐졌다. 남쪽에는 높고 세련된 건물들이, 북쪽에는 오래된 주거지와 묵직한 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방향으로 서울이 열렸다.

창문 안에서 바깥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어느새 누군가의 창문 밖 풍경이 되어 있었다.
 
한강버스가 서울 반포대교에 가까워지자 탑승객들이 좁은 교각 아래를 지나는 순간을 보기 위해 갑판으로 나와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유준하
한강버스가 서울 반포대교에 가까워지자 탑승객들이 좁은 교각 아래를 지나는 순간을 보기 위해 갑판으로 나와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유준하

잠수교 아래를 지날 때는 '7.75m'라는 표지판이 눈에 걸렸다. 콘크리트 교각이 머리 위로 가까워지는 동안 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아래를 빠져나갔다. 긴장한 것은 사람뿐이었다.

한강버스는 잠실·뚝섬·옥수·압구정·여의도·망원·마곡 등 7개 선착장을 잇는 수상 교통수단이다. 일반 요금은 3천 원이며, 환승 할인과 기후동행카드 이용도 가능하다. 지난해 9월 운항을 시작한 이후 누적 탑승객은 27만 명을 넘어섰다.

여의도에 사는 이누림 씨는 한강버스를 실제 이동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압구정에서 여의도로 가는 동선이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한강도 즐기면서 집까지 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매일 타는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가끔 경험 삼아 선택할 만한 옵션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에서 온 크리스텔 씨의 평가는 더 간결했다.

"서두르지 않고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바로 이런 배가 맞죠."
 
한강버스가 서울 한강을 따라 운항하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한강버스가 서울 한강을 따라 운항하고 있다, 2026년 5월 19일. AJP 한준구

▲ 목적지가 아니라 풍경이 되는 시간

서울은 빠른 도시다. 환승 시간, 도로의 흐름, 사무실의 일정, 스마트폰 알림까지 이 도시의 리듬은 대부분 속도에 맞춰 조율되어 있다. 느림은 자주 비효율로 분류된다.

그러나 서울달과 한강버스는 그 비효율을 잠시 하나의 경험으로 전환한다. 하나는 사람을 하늘로 들어올려 도시를 작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강 위에 태워 도시를 천천히 통과하게 한다.

무섭다고 눈을 감아버릴 뻔했고, 실내에 그냥 머물러 있을 뻔했다. 그랬다면 아마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서울은 목적지가 아니라 풍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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