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프랑스 파리에서 그러한 음악의 시간이 펼쳐진다. 이기연 소장이 이끄는 이기연오페라연구소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두 차례의 특별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클래식 음악회가 아니다. 그것은 음악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 시민과 시민, 그리고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려는 작은 문화 외교의 장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거리 버스킹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기연 소장은 올해 파리에서 다시 한번 음악을 통해 국경을 넘어서는 감동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메인 공연은 오는 5월 24일 오후 5시(현지 시간), 파리 중심부의 역사적인 ‘생테스프리 연합개신교회’에서 열린다. 공연 제목은 <사랑의 찬가>다. 이 교회는 프랑스 초기 개신교 역사를 간직한 상징적 공간으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가문이 다녔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화려함보다는 품격과 역사, 그리고 조용한 영성이 살아 있는 장소다. 바로 그 공간에서 한국과 프랑스 음악가들이 함께 노래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상징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파리 현지에서 활동 중인 전문 음악가들이 힘을 보탠다. 파리 국립오페라단 소프라노 서수민, 테너 서형석, 바리톤 김영우, 그리고 아르파종 음악원 교수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슬기가 특별 게스트로 함께한다. 아마추어와 프로, 한국과 프랑스, 일상과 예술이 한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셈이다. 음악 앞에서는 직업도 국적도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어 5월 28일 오후 2시 30분에는 무대가 병원으로 옮겨지는데, ‘보지라르 가브리엘 팔레즈 병원’에서 ‘봄맞이 콘서트’가 열린다. 이 공연은 병원 원목실 주관으로 진행되며, 이기연 소장과 바이올리니스트 최슬기, 테너 서형석 등이 참여해 병마와 싸우는 환우들과 현지 의료진에게 음악을 통한 위로와 희망을 전할 예정이다.
어쩌면 이번 병원 공연이야말로 이기연 음악 세계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음악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며,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일이다. 음악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병실과 거리, 그리고 삶의 가장 외로운 순간 속에서도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라는 믿음이 그의 활동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이기연 소장은 이번 파리 공연에 대해 “한·불 수교 14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음악을 사랑하는 한국의 아마추어 성악가들과 파리 현지 음악가들이 함께 노래하게 되어 매우 감격스럽다”며 “교민들과 프랑스 시민들이 음악으로 하나 되어 행복과 위로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전석 무료라는 점이다. 클래식 음악은 때때로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기연 소장은 오랫동안 클래식을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해왔다.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을 듣고, 노래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오늘날 세계는 갈등과 분열, 불안과 피로 속에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지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그런 시대에 음악은 다시 인간다움의 의미를 묻는다. 한 사람의 목소리와 바이올린 선율이 병원 병실을 지나고, 낯선 도시의 오래된 교회 안을 채울 때,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이번 파리 공연은 단순한 음악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가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예술이 어떻게 외교보다 더 깊은 공감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한 증명이다.
■ 이기연, 그는 누구인가
이기연 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중 음악교육가이자 오페라 코치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중에게는 ‘전국민의 음악코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이기연오페라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또한 약 1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클래식과 오페라, 발성과 음악 이야기를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오페라코치 최고과정을 수학하며 정통 유럽 음악교육을 받았다. 이후 음악 활동과 함께 강연, 교육, 문화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2018년에는 강연 부문 공로로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2020년부터 2025년까지는 산림청 프로그램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숙명여자대학교 미래문화최고위과정 지도교수를 역임했고, 삼성생명·현대모비스·LG유플러스·국방부·한국수력원자력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서 강연과 초청 공연을 진행했다. 그의 음악회와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국내 대표 공연장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오페라코치로서는 사랑의 묘약, 삼손과 데릴라, 피가로의 결혼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클래식을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 속의 음악으로 바꾸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는 점이다. 이기연 소장은 클래식 음악이 화려한 공연장의 높은 벽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음악은 결국 사람을 위로하고, 삶을 아름답게 만들며, 인간의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리 공연은 단순한 한·불 수교 기념 음악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음악을 통해 인간과 문화, 그리고 자연스러운 공감의 가치를 다시 회복하려는 조용하지만 깊은 문화적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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