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미·중 정상회담 이야기-부문별 분석3] AI 격전지로 총출동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방중 수행, 젠슨 황까지 합류시킨 의미는 무엇일까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의전 행사에서 미국 수행단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뒷줄 왼쪽부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AP연합뉴스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의전 행사에서 미국 수행단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뒷줄 왼쪽부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AP연합뉴스]

2026년 5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21세기 세계 질서의 중심축이 이제 군사와 외교만이 아니라 AI, 반도체, 데이터, 플랫폼,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새로운 권력 체계 위에서 재편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세계의 시선을 끈 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단에 대거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팀 쿡뿐 아니라 블랙록·골드만삭스·퀄컴·메타·마이크론·비자·마스터카드·보잉까지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거대한 기업 권력들이 사실상 ‘경제 사절단’을 넘어 ‘기술 패권 사절단’의 형태로 베이징에 집결했다.
 
이는 냉전 시대의 정상회담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과거 미·소 정상회담의 핵심은 핵무기와 군사동맹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AI와 반도체, 플랫폼과 데이터, 공급망과 첨단 제조업이다. 이제 세계 패권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항공모함을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강력한 AI 생태계와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빅테크 리더들을 직접 데리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경고이자 동시에 협상의 신호였다. 미국은 현재 세계 AI 산업의 핵심 소프트웨어와 설계 능력을 장악하고 있다. 오픈AI, 엔비디아,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AI 알고리즘·클라우드·반도체 설계·플랫폼 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GPU는 사실상 AI 시대의 ‘석유’라고 불릴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젠슨 황의 베이징 동행은 매우 상징적이다. 대만 출신 미국인인 젠슨 황은 지금 AI 혁명의 심장부에 서 있는 인물이다. 엔비디아는 AI 훈련용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이며, 미국의 AI 우위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동시에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없이는 장기적 성장도 쉽지 않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업 국가이자 거대한 AI 응용 시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바로 이 지점을 활용하고 있다. 즉 미국은 “AI 핵심 기술은 우리가 쥐고 있지만 시장과 제조 생태계는 여전히 중국이 중요하다”는 현실 속에서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번 회담에서 민간 기업인들이 정상회담 일부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극히 이례적이다. 정상회담은 원래 외교관과 안보 라인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업 CEO들이 사실상 국가 전략팀의 일부처럼 움직였다. 이는 오늘날 미국의 국가 경쟁력이 군사력만이 아니라 민간 기술기업들과 결합된 형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의 AI 패권은 국가 단독의 힘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와 월가, 대학 연구소와 국방부, 클라우드 기업과 반도체 기업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움직인다.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은 ‘국가+기업 복합체’ 형태의 AI 패권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미국처럼 원천 반도체 기술에서는 아직 열세라는 평가를 받지만, 데이터 규모와 제조업 응용력, 국가 차원의 집중 투자에서는 세계 최강 수준이다. 화웨이와 SMIC,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AI 자립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점은 ‘속도’다. 미국이 자유시장 중심의 혁신 모델이라면 중국은 국가 총동원 체계에 가깝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동시에 움직인다. 고속철·전기차·태양광 산업에서 보여준 집중 육성 모델을 AI에도 적용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데이터다. AI 시대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와 전력, 반도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와 모바일 생태계를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여기에 값싼 제조업 기반과 거대한 내수 시장까지 결합돼 있다.
 
반면 미국은 창의적 혁신과 원천 기술에서 강하다.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은 세계 AI 기술의 방향 자체를 설계하고 있다. 즉 현재의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미국은 ‘두뇌’에서 강하고, 중국은 ‘규모와 실행력’에서 강하다. 그래서 양국은 서로를 두려워한다.
 
미국은 중국이 제조업과 AI 응용 시장을 결합해 기술 자립에 성공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GPU·클라우드 체계를 활용해 중국 AI 산업의 숨통을 조일 가능성을 우려한다. 결국 이번 베이징 회담은 단순한 관세 협상이 아니라 AI 시대의 패권 구조를 둘러싼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미묘한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급이다. 여기에 네이버·카카오·LG AI연구원·삼성리서치 등 자체 AI 생태계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규모다. 미국은 플랫폼과 원천 기술이 강하고, 중국은 시장과 제조업이 강하다. 한국은 반도체는 강하지만 플랫폼과 초거대 AI 생태계에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에는 중요한 기회가 있다.
 
첫째는 AI 반도체다. AI 시대의 핵심은 결국 연산 능력이며, 메모리 반도체 없이는 AI도 존재할 수 없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둘째는 제조형 AI다. 한국은 자동차·조선·배터리·반도체·로봇 등 실제 산업 기반이 강하다. AI와 제조업을 결합하는 ‘산업형 AI’에서는 충분히 세계 3강권을 노려볼 수 있다.
 
셋째는 문화와 소프트파워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콘텐츠와 문화도 중요하다. K팝·K드라마·K콘텐츠의 세계적 영향력은 향후 AI 학습 데이터와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앞으로의 세계는 군사 패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와 플랫폼, 문화와 에너지, 공급망과 금융이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대다. 이번 트럼프의 방중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총출동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라 21세기 미국 패권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술 장군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벌어진 장면은 세계가 이미 AI 냉전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적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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