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달 19~20일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는 형식이다.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호 방문하는 셔틀외교가 다시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이다.
한일 관계는 오랫동안 과거사와 안보, 경제 문제가 얽히며 반복적으로 흔들려왔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수출규제 갈등은 양국 관계를 급속히 냉각시켰고, 정치권의 국내용 강경 발언이 외교 갈등으로 번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과거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고, 중동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관세와 공급망 전쟁으로 확대됐고,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은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와 안보 질서가 동시에 흔들리는 불안정한 시대가 현실이 된 것이다.
안보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직접적인 위협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협력 확대, 동북아 군사 긴장 고조까지 겹치면서 지역 안보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관계 악화는 결국 양국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셔틀외교의 의미다. 외교는 갈등이 없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계속 만나는 것이다. 정상 간 정례적 소통 채널이 유지되면 돌발 변수나 정치적 충돌이 발생해도 관계가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 실제로 한일 관계가 가장 악화됐던 시기에는 정상 간 대화 자체가 끊겼고, 그 공백은 불신 확대로 이어졌다.
최근 양국이 경제안보와 공급망 협력을 주요 의제로 올리는 것도 의미가 크다. 반도체 소재와 첨단 부품, 에너지 협력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국가 생존과 산업 경쟁력 문제로 직결된다. 미국 역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제질서가 블록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 필요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한일 관계의 구조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민감하고, 일본 정치권 일각의 역사 인식 문제도 반복적으로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양국 내부의 민족주의 정서 역시 언제든 관계를 흔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인 대화 구조가 필요하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외교 채널은 더 자주 가동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관계 개선 자체를 정치 이벤트로 소비하지 않는 일이다. 정상 간 만남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제안보 협력과 공급망 대응, 인적 교류와 문화 협력을 얼마나 제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일 관계는 지정학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경쟁할 분야는 경쟁하되 협력해야 할 영역에서는 냉정하게 손을 잡아야 한다. 세계 질서가 거칠게 흔들리는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가까운 이웃과의 전략적 협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의 반복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성숙한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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