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고점 신호인가…8000피 앞두고 상장사 임원들 잇단 지분 매각

  • 이달 들어 1억 이상 매도 39건…4월까지 주춤하다 다시 확대

  • LS일렉트릭·두에빌 등 공시 후 주가 직격탄…투자자 불안 확산

  • 사전공시제 '50억 미만' 사각지대…실효성 논란 속 보완론 대두

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GPT]

코스피 지수가 8000선 돌파를 앞둔 가운데 상장사 임원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처분하고 나섰다. 최근 증시 급등과 맞물려 내부자들의 차익 실현 움직임이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를 '고점 신호'로 받아들이는 일반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사 임원 등 내부자가 장내에서 1억원 이상 규모로 자사주를 매도한 사례는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월별 내부자 매도 추이를 살펴보면 1월 80건, 2월 83건으로 연초에 집중되다 3월 75건, 4월 65건으로 점차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5월 들어 증시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전고점 랠리를 이어가자 잠잠했던 내부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다시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부자의 주식 매도를 단순한 개인적 사유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경영 현황과 미공개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접하는 임원들의 매도는 향후 주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내부자 매도 공시가 나온 종목들은 예외 없이 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전력기기 업황 호조로 주가가 급등했던 LS일렉트릭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2일 LS일렉트릭은 안길영 부사장과 이유미 상무, 서장철 상무가 각각 보유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이 현금화한 금액은 안 부사장 3억5354만원, 이 상무 3억5507만원, 서 상무 3억3020만원 규모다.

해당 공시가 나온 날 LS일렉트릭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07% 하락하며 마감했다. 회사 측은 "임원들에게 성과급 형태로 지급된 자사주 중 일부를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처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뿐만 아니라 최근 내부자 매도 공시를 낸 두산에너빌리티, 누리플렉스 등도 공시 이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 정보를 선점한 이들이 주가 상승의 끝물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내부자 거래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4년 7월 도입된 '상장사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제도'가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제도는 대규모 지분 매각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부터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정작 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중소규모 거래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사전 공시제도는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대규모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과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발표와 동시에 주가가 폭락하던 사태를 막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 이후 30일에 달하는 냉각기를 거치게 되면서 과거와 같은 깜짝 폭락 사태는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초강세장 속에서도 내부자 매도 사전공시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은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충격을 완화하고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내부자 입장에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의심을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은 "다만 매도 규모가 50억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전 공시 의무가 없어 사후 지분 변동 공시만 이뤄졌을 것"이라며 "제도가 모든 내부자의 매도를 막는 것이 아니기에 소규모·비대상 거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후에 시장이 반응하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우선 현재 50억원인 사전 공시 기준금액을 하향 조정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의 누적 거래량을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가족이나 특수관계인을 이용한 '쪼개기 매도'나 차명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 대상을 실질적 소유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 내용의 세부화도 과제로 꼽힌다.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할 때 단순히 수량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세금 납부, 자산 다각화, 개인 사정 등 매도 목적과 배경을 구체적으로 요구해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공시한다고 해서 내부자의 매도 신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주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자가 이를 사전에 인지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내부자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에 거래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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