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이란전쟁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사우디의 첫 이란 본토 공습…이제 중동은 '노아협정'으로 가야 한다

중동의 모래바람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본토를 직접 공습했다는 보도는 단순한 군사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중동 질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신호에 가깝다.

그동안 사우디와 이란은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면서도 일정한 선은 넘지 않으려 했다. 직접 충돌 대신 대리전과 정보전, 석유 가격 전쟁과 종파 갈등을 통해 영향력을 겨루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UAE의 보복 공습, 쿠웨이트의 혁명수비대 침투 논란,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쳐 이어지는 친이란 민병대의 움직임은 중동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약고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태는 미국 중심의 중동 안보 질서가 서서히 균열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사우디는 더 이상 단순히 미국의 우산 아래 있는 산유국이 아니다. AI와 첨단산업, 네옴시티와 글로벌 물류, 관광과 금융 허브를 동시에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그런 사우디 입장에서 혁명수비대의 드론과 미사일 위협은 체제와 미래 산업 전체를 흔드는 생존 문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공습 직후 사우디가 다시 외교 채널을 열고 긴장 완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양측 모두가 “끝까지 가면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세계 에너지의 목줄을 쥐고 있다. 혁명수비대와 드론, 미사일,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등 광범위한 대리세력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와 걸프국들은 석유와 LNG, 금융과 AI 투자, 해상 물류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움직이는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양측 충돌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진다면, 그 불길은 중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제 유가 폭등과 LNG 쇼크, 해상 보험료 급등, 공급망 붕괴, AI 데이터센터 전력 위기,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반도체 공장과 도쿄의 정밀장비 기업, 인도의 제조업과 유럽의 화학 산업까지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화두를 던져 왔다. 중동은 이제 단순한 휴전이나 외교 협정을 넘어, 더 근원적인 문명적 공존 질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노아협정’이라 부른다.

왜 하필 노아인가.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대홍수 이후 인류는 노아의 세 아들인 셈(Shem), 함(Ham), 야벳(Japheth)을 통해 다시 퍼져 나간다. 이 가운데 셈의 후손들이 중동 문명의 핵심 계보를 형성한 것으로 전통적으로 해석돼 왔다. 오늘날 ‘셈족(Semitic)’이라는 말도 바로 셈에서 유래했다.

유대 민족은 물론이고, 아랍 민족 역시 셈 계열로 이해된다. 아브라함 역시 셈의 후손으로 이어지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이스라엘과 사우디, UAE를 비롯한 아랍 세계는 깊은 문명적 뿌리에서 보면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아니라 같은 조상 계열에서 나온 형제 문명인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란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이란을 단순히 “페르시아”라는 별개의 문명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이란 역시 오랜 역사 속에서 셈 계열 문명과 깊게 연결돼 있다. 현재 이란의 중심 종교인 이슬람 자체가 아브라함 계열의 유일신 전통 위에 서 있으며, 꾸란 역시 노아를 위대한 예언자로 존중한다.

특히 중동의 종교·문명 구조를 넓게 보면, 유대교·기독교·이슬람 모두 노아와 아브라함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셈 계열 문명권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란 역시 완전히 외부의 문명이 아니라, 같은 중동 유일신 문명권 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축이다.

물론 이란은 역사적으로 페르시아 제국의 전통과 인도·중앙아시아 문명의 영향까지 함께 흡수해 독자적 정체성을 형성했다. 그러나 그 뿌리 깊은 정신세계 안에는 여전히 노아와 아브라함으로 이어지는 중동 문명의 공통 기억이 흐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지금 중동은: 시아파 대 수니파, 아랍 대 페르시아, 유대 대 이슬람, 미국 대 이란 이라는 복잡한 갈등 구조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서로 완전히 다른 종족이 아니라, 같은 조상과 같은 문명 기억 속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 문명이라는 사실에 도달하게 된다.

노아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혈통 때문이 아니다. 노아는 대홍수 속에서 방주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 방주는 어느 특정 민족만을 위한 배가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공존 질서를 상징했다.

지금 인류는 또 다른 대홍수 앞에 서 있다. AI 혁명, 핵위기, 공급망 충돌, 에너지 전쟁, 인구 감소, 기후 변화, 문명 갈등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특히 중동은 그 모든 충돌이 집중되는 세계의 화약고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군사 승리가 아니다. 새로운 공존 질서다.

노아협정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포함한 국제 해상로의 공동 안전 보장이다. 둘째, 에너지 시설과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 금지다. 셋째, 시아파와 수니파, 유대와 아랍을 넘어선 문명 대화 체계 구축이다. 넷째, AI와 첨단기술을 전쟁이 아니라 인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원칙 확립이다. 다섯째, 이스라엘과 이란, 사우디와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서로를 절멸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합의다.

이미 이스라엘과 사우디·UAE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권은 아브라함협정을 통해 일정 부분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완전한 평화는 아직 멀다. 그러나 최소한 “함께 살아야 한다”는 현실 인식은 형성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란이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 역시 자신들이 완전히 고립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결국 같은 노아의 후손이며 같은 중동 문명권 안에 있는 형제 문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사우디, UAE 역시 이란을 단순한 제거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께 살아야 할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누구도 완전한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압도적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도 호르무즈를 완전히 안정시키기 어렵다. 이란 역시 혁명수비대와 대리세력을 동원할 수는 있지만 세계 전체를 상대로 장기전을 지속하기 어렵다. 사우디와 걸프국도 막대한 자본력을 가졌지만, 에너지 수출길이 흔들리면 미래 비전 자체가 위협받는다.

결국 중동의 미래는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통제된 공존’ 속에서만 가능하다. 지금 세계는 단순한 속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중동의 불길은 단순히 사막 위의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 인류 문명의 방향을 둘러싼 질문이다. 그래서 이제 중동은 단순한 휴전 협정이 아니라, 더 큰 문명적 상상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아협정. 그것은 결국: 이스라엘과 사우디, UAE를 비롯한 수니파 세계, 그리고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서로 다른 적이 아니라 같은 노아의 후손이며 같은 문명권의 형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새로운 공존의 계약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AI 시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만들어야 할 새로운 문명의 방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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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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