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금통위 내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역설해온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신성환 위원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후보자로 추천되면서다. 여기에 물가 상방 압력까지 겹치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보다 긴축적인 색채를 띨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진일 후보자는 13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성향에 대해 "시장의 폴(poll)대로라면 평균보다 '반 클릭(0.125%포인트)' 정도 위(매파)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거처럼 단순한 매파·비둘기파 구분에는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매파와 비둘기파라는 이분법은 금융 안정을 배제한 문법"이라며 "금융이라는 '제3의 차원'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제는 과거의 이분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중론에도 시장은 김 후보자를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보고 있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행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물가 문제에 접근하려 할 때 중앙은행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으로 물가 안정을 꾀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확장 재정이 물가를 자극할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원칙론적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최근 대외 여건 역시 이런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미·이란 전쟁 이후 각국 정부가 에너지 가격 급등 대응과 경기 방어를 위해 재정 지출 확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 확대가 시장 유동성을 늘리고 결국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 정부 역시 민생 지원 등을 이유로 확장 재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며 긴축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표적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신성환 위원마저 전날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하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신현송 총재 체제 아래 김진일 후보자까지 가세할 경우 금통위 내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보는 매파적 목소리가 금통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김 후보자는 실제 정책 판단에 있어서는 지표를 면밀히 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중동 전쟁 이후 커지고 있는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직접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의 부담이 가장 크고 우리 역시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쏠린다. 중동발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해야 하는 동시에 내수 부진과 경기 양극화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역시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K자형 성장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실물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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