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뒤처지면 도태" 문신학 차관의 경고

  • - 삼성전자·삼성바이오 파업이 묻는 AI 전환의 해법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을 두고 “다른 국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못 박았다. 동시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특정 기업 사안에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노사 모두 공동 인식 속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위기의식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경고의 수위가 아니라 해법의 정교함이다.


현장의 긴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 공정한 인사 기준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섰고,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과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요구의 내용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AI 전환과 자동화가 가져올 생산성 증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용과 미래를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가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사진아주경제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사진=아주경제]


문 차관의 진단처럼 AI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글로벌 제조업은 이미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자동화와 무인화는 경쟁력의 기본 조건이 됐다. 이 흐름에서 뒤처지면 시장을 잃는 것을 넘어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속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속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속도가 갈등을 압도하는 순간, 산업은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킨다.


지금 논쟁의 핵심은 ‘속도냐 분배냐’가 아니다. 속도와 분배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느냐다. 이 문제를 단순히 노사 협상에 맡기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존의 임금 중심 교섭 구조로는 AI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첫째, AI 전환은 단계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초기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속도를 유지하되, 동시에 고용 충격을 완화할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 재교육, 직무 전환, 내부 이동 프로그램이 없다면 자동화는 곧 갈등으로 이어진다. 속도를 유지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둘째, 성과 분배는 단순한 이익 나누기가 아니라 위험-보상 구조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AI 전환은 막대한 자본 투자를 전제로 한다. 기업은 실패 시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이 현실을 외면한 채 성과만 공유하자는 요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대로 기업이 투자 부담만을 이유로 분배를 회피하는 것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해법은 명확하다. 중장기 성과에 연동된 보상 체계, 그리고 일정 부분 변동성을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노사 협상의 의제는 산업 구조로 확장돼야 한다. 기업은 기술 도입 계획과 고용 영향, 투자 방향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하고, 노동은 변화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조건과 속도를 조율하는 협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쉽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AI 전환은 임금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체계 전체의 재설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넷째, 정부의 역할 역시 분명히 재정립돼야 한다. 문 차관이 강조한 산업 정책의 필수성은 타당하다. 그러나 전환 비용과 충격을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동시에 무조건적인 재정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개입은 조건부 원칙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재교육 지원과 세제 혜택, 전환 비용 일부 보조를 제공하되, 기업에는 투자 유지와 고용 안정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결국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한국은 AI 전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 부족한 것은 제도와 합의, 그리고 설계 능력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다.


문 차관의 “도태” 경고는 옳다.  그러나  갈등을 관리하지 못할 때도 산업은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산업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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