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이모저모…화이트워싱, 19금, 아기인형, 벌레

  • "러시아 전쟁범죄 세탁"…한국인 말에 "탱크 많이 사" 미소

  • 덴마크관, 정자은행서 영상 촬영…"성인관객에 한해 관람"

  • 오스트리아관 나체 퍼포먼스 인기…장사진

  • 공동 보육원같은 일본…아기인형 안고 관람

  • 독일관 벽 벌레 드글드글…미국관서는 "It's boring"

6일현지시간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 앞에서 시위대가 화이트워싱을 멈춰라라며 러시아의 비엔날레 참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6일(현지시간)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 앞에서 시위대가 "화이트워싱을 멈춰라"라며 러시아의 비엔날레 참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화이트워싱 논란부터 19금, 아기 인형과 벽에 드글드글한 벌레까지.

6일(현지시간) 찾은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곳곳에서는 서로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한쪽에서는 러시아의 비엔날레 참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다른 한편에서는 관람객들이 나체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세탁(whitewashing)하고 있다."

이날 오전 '데스 인 베니스(Death in Venice)'란 이름의 단체는 러시아관 앞에 모여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러시아관의 비엔날레 참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소속 사이먼 두다(Simon Duda)는 폴란드 출신 활동가다. 이날 시위에는 폴란드 문화부 장관을 지내고 현재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인 바르토미에이 시엔키에비치(Bartłomiej Sienkiewicz)도 참여했다.


두다는 "이것은 반쯤은 예술적이고, 반쯤은 정치적인 것"(This is a quasi-artistic, quasi-plitic)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중국인인지 물은 뒤 한국인이라는 답을 듣자 크게 반가워하며 "우리는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산 탱크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씩 웃었다.

6일현지시간 베니스 비엔날레 덴마크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6일(현지시간) 베니스 비엔날레 덴마크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러시아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덴마크관은 '19금'을 내세웠다. 입구에는 "이 파빌리온에는 누드가 포함된 사진과 영상, 성적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일부 관람객에게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성인 관객에 한해 관람을 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덴마크관은 VR 포르노를 시청하면 인간의 정자 운동이 활발해진다는 연구에 기반해 덴마크의 정자은행 등에서 포르노 배우들을 섭외해 영상을 촬영했다. 정자 수 감소와 출산율 감소를 단순 생물학적 위기를 넘어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로 보면서, 생식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노동 등 모든 것이 점점 공허해지는 현대 사회를 드러낸다.

오스트리아관 퍼포먼스 사진AFP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관 퍼포먼스 [사진=AFP]


오스트리아관은 장사진을 이뤘다. 나체 퍼포머가 '거대한 종의 추'가 돼 종을 울리는 퍼포먼스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 작가이자 안무가인 플로렌티나 홀친거(Florentina Holzinger)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다가오는 기후 재앙과 대홍수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다.

6일현지시간 일본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6일(현지시간) 일본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일본관은 흡사 공동 보육원이었다. 200개의 아기 인형이 파빌리온 안팎을 가득 채웠고, 관람객들은 아기 인형을 품에 꼭 껴안고 전시를 관람했다.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이 급감하는 가운데 퀴어 예술가인 에이 아라카와-내시(Ei Arakawa-Nash)는 2024년 파트너와 쌍둥이를 가졌다. 그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품에 안은 소중한 생명의 무게를 통해 공동의 용기와 책임, 사랑을 마주토록 한다.

또 '쌍둥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날짜들(Dates I Want to Hand to My Twins)'이란 제목의 작업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아이들이 성장한 뒤 배우길 바라는 날짜들을 각각 아기 인형의 생일로 제시했다. 이 날짜들 중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폭력과 관련된 역사적 날짜들도 포함돼 있다.

6일현지시간 독일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6일(현지시간) 독일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독일관 벽은 벌레가 드글거린다. 성 티우(Sung Tieu)의 작품 '인간의 존엄은 침해될 수 없다(Human Dignity Shall Be Inviolable)'는 동독 베를린의 조립식 사회주의 아파트 단지를 재현한 작업이다. 작가가 과거 실제 거주했던 공간이자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 단지였다. 독일법은 '인간의 존엄은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고 선언하지만, 작품은 주거 단지를 통해 이주민 공동체를 향한 배제와 추방, 인종주의적 폭력을 드러낸다. 특히 '그들은 눈이 있지만 보지 못하고, 귀가 있지만 듣지 못한다'(They Have Eyes, But They See Not, They Have Ears, But They Hear Not)는 800개의 무당벌레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곤충이지만, 마치 벌레가 들끓는 듯해 불편하다.

6일현지시간 미국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미국적 가치 고취', '미국의 예외성을 보여주는 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성 아래 꾸려진 미국관은 조각가 알마 앨런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미국관을 둘러보던 한 미국인 관람객은 이렇게 말했다.

"지루하네요(It's b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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