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4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국방·경제안보·에너지·사이버 등 전방위에 걸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후 첫 호주 방문이자, 양국이 '일·호주 우호협력 기본조약'에 서명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에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 관계를 "준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회담에 대해 일본 매체가 특히 주목한 대목은 국방협력이다. 호주 정부는 4월 해군 차기 프리깃함으로 해상자위대 '모가미(もがみ)'급 호위함의 개량형을 채택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새로 배치될 11척 중 3척은 일본에서, 8척은 호주에서 건조된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생산·정비 거점이 호주로 확대돼 양국의 지속 작전 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일본 방위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해 "같은 함정을 운용하면 승조원 훈련도 공동으로 실시할 수 있고, 부대 운용방식까지 공통의 기반 위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합의가 일본 방위산업의 수출 구조 전환과 직결된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4월 살상력이 있는 방위장비품의 수출을 제한해온 '5유형(類型)' 규제를 철폐했으며, 모가미급 호위함 개량형을 호주에서 생산하게 되면 향후 동맹국·우방국 대상 공급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일본만큼 전략적으로 일치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경제안보협력에 관한 일·호주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그 아래 중요광물·에너지 안보에 관한 2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핵심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공동선언에는 '특히 중요광물에 대한 수출규제에 강한 우려'를 명기했으며, 중요광물을 양국 경제안보 관계의 '핵심 기둥'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미·중 두 강대국을 둘러싼 정세 변화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서반구 우선의 '먼로주의'를 표방하고 중동 대응 과정에서 인도태평양에 배치됐던 미군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 '힘의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전했다. 요미우리도 사세보 기지의 강습상륙함과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가 중동에 파견됐다고 보도하며, 일본 정부 관계자가 "중국에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게 만들지 않기 위한 우방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회담에서 "엄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공통의 동맹국인 미국과의 협력관계는 불가결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호주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일본·미국·호주, 일본·미국·호주·인도 등 다국간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호주 역시 미국 변수에 시달리고 있다. 요미우리는 호주가 4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2033년까지 약 2.8%에서 3%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으나 미국이 요구한 3.5%와는 격차가 있고, 트럼프 정부가 AUKUS의 호주 원자력잠수함 배치 계획을 한때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호주 측에 파장이 일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변수 역시 호주를 압박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호주는 2020년대 초 코로나19 시기 중국의 석탄 수입 제한 등 경제적 위압을 경험한 후 대중 의존 축소로 정책 방향을 돌렸으며, 2025년에는 중국 해군 함대가 호주-뉴질랜드 사이 태즈만해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해 지역 긴장이 고조됐다고 전했다. 호주가 4월 공표한 국가 방위 전략은 "중국의 국력 증대·군사력 강화는 지역 안보 환경 변화를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드니대학 미국연구센터의 마이클 그린 소장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호주 노동당 정권은 미국을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상대'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상대'로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며, "일본·미국·호주 간 안보 협력 강화로 억지력을 높이고, 공급망 다각화로 중국 의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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