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B스토리]"비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부가티가 아니다"...60억 하이퍼카의 비밀

  • 수퍼카 위에 수퍼카 '하이퍼카'의 역사를 쓰다

부가티 대표 모델을 인공지능AI이 생성한 모습사진제미나이
부가티 대표 모델을 인공지능(AI)이 생성한 모습[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비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부가티가 아니다."(에토레 부가티)

전 세계 83억 인구 가운데 250명. 단 0.000003%의 확률.

현존하는 최상위 하이퍼카 브랜드 '부가티' 투르비용 얘기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재벌 역할로 출연 중인 아이유의 '애마'로 등장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시작가가 60억 원을 훌쩍 넘지만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차도 아니다. 2024년 제조사가 250대만 한정 생산하겠다고 밝혔는데 공개되자마자 이미 완판됐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부가티의 희소성 탓에 실제 차를 구하지 못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에 CG를 입혀 투르비용인 것처럼 모사했다고 한다. 인류의 욕망과 꿈을 상징하는 하이퍼카의 끝판왕, 부가티의 브랜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낮에는 시속 400km, 밤에는 의전 차량...도로 위에 보석

부가티는 1909년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에 의해 탄생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조각가인 할아버지, 유명 가구 제작자인 아버지, 화가인 삼촌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 선천적인 예술적 재능과 기계공학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그는 10대 시절부터 단순 운송 수단이 아닌 '달리는 조각상' 같은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부가티는 17세가 되자마자 내연기관 삼륜차 제조업체 수습공으로 들어가 삼륜차를 직접 분해해 구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설계를 익혔다. 삼륜차 두 대를 결합한 뒤 네 개의 엔진을 장착한 '타입 1'은 부가티가 내놓은 최초의 프로토타입 차량이다. 이후 타입 1의 단점을 개선해 '타입 2'를 개발, 각종 자동차 박람회 상을 휩쓸며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부가티는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의 열기를 상징하는 빨간색에 본인의 이름을 새긴 뒤 테두리에 60개의 하얀 점을 둘러 엠블럼을 만들었다. 60개의 점은 엔진과 기계의 정밀함, 당시 귀족의 고급 장식물이었던 진주를 모티브로 했다. '나의 차는 도로 위의 보석'이라는 의미다.

그의 품질 철학은 "비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부가티가 아니다"다. 나사 한 개의 배치까지 완벽한 균형을 요구한 그의 설계에 대한 집착은 1920년 출시한 '타입 35'로 전성기를 맞는다. 타입 35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시속 60km로 달리던 시대에 유일하게 시속 200km 속도를 뽐내며 레이싱 2000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당대 상류층은 부가티에 대해 "낮에는 시속 400km로 달리고, 밤에는 아내를 오페라에 데려다줄 수 있는 차"라고 평가했다. 부가티는 1930년대까지 인기 절정을 누렸지만 주행 테스트 도중 아들의 사망,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위기를 겪다 결국 1952년 최종 생산 중단을 선언한다.

대표모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레이싱카라는 평가를 받는 타입 35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비싼 차라는 타이틀을 얻은 '타입 41 로얄', 움직이는 조각상 '타입 57 SC 애틀란틱' 등으로, 약 43년간 8000대 미만의 차를 남겼다. 이들 차 대부분은 부호들의 창고에 꽁꽁 숨겨져 있지만 어쩌다 경매에 등장하면 수백억 원을 호가한다. 실제 2010년 굿인앤컴퍼니 경매에 등장한 '타입 57 SC 애틀란틱'은 한 금융인에게 3000만~4000만 달러(한화 약 400억~540억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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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비용(위) 기계적 정교함을 극대화한 투르비용 계기판[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영원'을 판매하는 하이퍼카 시장...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부가티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부가티를 깨운 건 폭스바겐 그룹이다. 부가티는 1998년 폭스바겐그룹에 편입된 뒤 2005년 '베이론(Veyron 16.4)'을 출시했다. 8.0리터 W16 엔진과 4개의 터보차저가 뿜어내는 1001마력의 출력은 기존 '슈퍼카'의 개념을 뛰어넘는 하이퍼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조했다. 약 11년만인 2016년 등장한 '시론(Chiron)' 역시 1500마력, 시속 490km를 돌파하며 기술의 정점에 섰다.

부가티는 전동화 시대 하이퍼카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2020년 크로아티아의 전기 하이퍼카 업체 리막(Rimac)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만든 뒤 2024년 16기통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투르비용을 내놨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전 세계에서 250대만 한정 생산된다. 이 차는 실내 모든 디스플레이를 없앤 대신 아날로그 계기판을 탑재했다. 전동화 시대에 역설적으로 기계적 정수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부가티 117년의 역사는 기계가 도달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그리고 인류는 언제나 '한계에 대한 도전'에 경외심을 표했다. 부가티 오너들이 자동차가 아닌 '인류의 유산'을 샀다고 말하는 이유다. 시대가 변해도 초고가 시장이 존속하는 이유는 '시간을 이기는 영원함'을 판매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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