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B스토리]"촌닭이 수퍼카를 알아?"...페라리에 긁힌 람보르기니, 전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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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동력)'과 '황소(압도적인 파워)'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수퍼카 시장에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오랜 라이벌 관계다. 두 브랜드는 '도로 위의 예술품'을 자처하는 철학도 비슷하지만 '차를 원하는 고객보다 1대 덜 만들겠다'는 희소성의 원칙도 유사하다. 지난해 페라리 글로벌 매출액은 71억4600만 유로로, 람보르기니(32억 유로)보다 우세하지만 연 판매량·대당 판매이익·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 등 두 브랜드는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모든 지표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최상위 브랜드다. 페라리에 대한 열등감에서 출발해 수퍼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그리고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람보르기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랙터 몰던 촌닭, 신흥 수퍼카의 역사를 쓰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1916년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용 차량을 정비하는 군인으로 활약했다. 전쟁 후 그는 군용 트럭 폐기물을 농업용 트랙터로 개조하는 사업을 시작해 큰 부를 쌓았다. '람보르기니 트랙터 공장'이 승승장구하면서 그는 당대 성공한 남성의 상징으로 불리던 페라리를 여러 대 수집할 수 있었다.

람보르기니는 자신이 운전하던 '페라리 250GT'에서 잦은 클러치 결함이 발생하자 원인을 찾던 중 수퍼카 엔진 부품과 트랙터에 쓰인 부품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는 부품 결함에 대한 조언을 위해 엔초 페라리를 찾아갔지만 "트랙터나 만들던 촌닭이 수퍼카에 대해 뭘 알겠느냐. 당신은 트랙터나 계속 몰아라"며 굴욕을 당했다고 한다. 페라리가 제조 결함을 인정하기는 커녕 모욕감만 주자 람보르기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이 수퍼카에 대해 모른다면 내가 (수퍼카를)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이 결심이 브랜드 창립 원동력이 됐다.

람보르기니는 그날 이후 즉시 움직임에 착수해 1962년 자신의 이름을 딴 '람보르기니'를 창업했다. 그는 '무조건 페라리보다 좋고, 빠른 차'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당시 페라리에 근무했던 천재 엔지니어들을 적극 빼왔다. 브랜드 심볼로 '황소'를 택한 것도 페라리와 관련이 있다. 본인의 별자리가 황소자리인 영향도 있지만 페라리의 심볼인 '말'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압도적인 파워와 투우를 통해 맷집에 단련된 '황소'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우라·무르시엘라고·우라칸·레부엘토 등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모델은 전설적인 투우 가문과 투우에서 이긴 황소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는 페라리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인함과 투지를 상징한다.

그의 불 같은 의지는 세계 최초의 미드십(엔진을 운전석 뒤쪽에 배치한 방식) 수퍼카 '미우라'를 탄생시켰다. 브랜드 론칭 4년 만에 성과다. 당시 모든 자동차는 엔진이 앞에 있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람보르기니는 엔진을 운전석 뒤에 가로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설계를 감행하면서도 최대 출력 350마력, 시속 295km라는 충격적인 성능을 완성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속눈썹을 닮은 헤드라이트와 관능적인 곡선은 '수퍼카의 디자인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며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힌다.

1970년대 등장한 쿤타치는 '시저 도어(위로 열리는 문)' 콘셉트의 자동차로 충격을 안겼다. 우주선과 비슷한 디자인이 처음 공개되자 이를 본 한 직원이 '쿤타치(Countach!·맙소사)'라고 외쳤는데, 이에 영감을 받아 그대로 이름이 됐다는 전언이다. 쿤타치는 뒤가 전혀 보이지 않는 극단적인 디자인으로 운전자가 문을 열고 문턱에 걸터앉아 후진을 해야 했지만 이런 불편함조차 '람보르기니의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이후 람보르기니는 주력 사업이던 트랙터의 부진, 오일쇼크, 창업주 매각 등으로 부침을 겪는다. 1980년대에는 미국의 크라이슬러, 1990년대에는 인도네시아 메가텍, 1998년에는 폭스바겐(아우디) 그룹 등으로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다. 다만 기업의 혼돈과 별개로 이 시기 탄생한 '디아블로'는 악마라는 이름처럼(최고 시속 325km)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차지했고, 아우디 산하에서 탄생한 '아벤타도르'는 수퍼카의 감성과 독일의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현대적으로 결합한 가교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퍼카 시장 제패한 람보르기니...자본 시장에서 페라리 잡을까?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시대에도 수퍼카가 주는 내연기관의 감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면서 빠른 전기차 전환보다는 적절한 하이브리드 병행 전략을 통해 내연기관의 감성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당초 계획대로 레부엘토·우르스 SE·테메라리오 등 전 모델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환을 완료했으며 2028년 출시를 예고했던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는 2030년으로 연기했다.

자본시장은 람보르기니를 '제2의 페라리'로 주목하고 있다.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은 2015년 페라리, 2022년 포르쉐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람보르기니 기업 가치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글로벌 연매출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이미 브랜드 분리 작업도 상당 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람보르기니의 적정 기업 가치를 약 150억~200억 유로(한화 약 26조 ~34조7000억원)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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