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불똥 튄 의료계… 주사기 부족에 정부 '비상대응'

  • 의료 소모품 품귀 이어져… 가격폭등 우려까지

  • 투석환자 등 불안감… 사재기 단속 나선 식약처

  • "주말 간 272만개 추가 생산, 유통망 투입 예정"

주사기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사기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불똥이 국내 의료계로 번지고 있다. 주사기와 수액세트 등 기본 의료 소모품 품절로 인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직면했다. 특히 동네 의원과 동물병원은 물론 개인 투석 환자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정부가 단속에 나서는 등 상황이 악화하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일회용 주사기, 멸균 포장지 등 수급 문제가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날부터 주사기나 주사침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행위 위반 여부 점검에 나선다.

실제 주사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주사기 재고량은 지난 14일 오후 5시 기준 4516만개에서 16일 같은 시간 4405만개로 감소했다.

중동 전쟁이 지속되면서 나프타 등 플라스틱 원료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일회용 주사기, 멸균 포장지 등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나프타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소모품 재료로 주사기, 수액백, 의료용장갑, 카테터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대형병원에서는 그나마 일정 수준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개인의원과 소규모 의료기관은 발주 자체가 막히거나 배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의료 소모품 판매처에서는 주사기와 주사침, 수액 포장재 등이 품절되거나 구매 수량이 제한되는 일이 이어지는 것이다.

반려동물 진료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주사기 부족으로 예방접종을 미루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주사기·주사침은 동물 진료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소모품이라 수급 차질이 길어질수록 진료 전반에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 동물병원 관계자는 "주사기 같은 품목 수급이 막힌다면 일반 진료는 물론 예방접종, 검사, 투약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투석 환자 보호자들도 걱정이 크다. 주사기 수급이 흔들리면 투석 일정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개인이 직접 구매해야 할 때엔 가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현장에서는 평소보다 비싸진 가격에 제품이 풀리거나 아예 물량이 없는 '심리적 품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의료 소모품 업체들 사이에서는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이 겹치며 단가 인상 압박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매점매석 행위가 의심되는 업체를 전방위적으로 점검하고 단속을 실시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주사기 생산량이 하루 445만개 수준으로 유지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일부 병·의원에서 재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과 품절 사례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단속을 통해 매점매석행위 등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아울러 식약처는 주사기 생산 일일 동향을 발표하는 등 투명한 정보 제공과 함께 수급 관리에 나선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주말 동안 ㈜한국백신 등 4개 제조업체가 주사기 272만개를 추가 생산했다"며 "생산업체와 협약 등으로 추가 생산량을 온라인, 지역 병·의원 등에 먼저 배포되도록 추진 중이며 유통망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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