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이번 해협 재봉쇄 조치로 이란 정치 지도부와 군부 강경파 간 균열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타협 의지를 보이는 세력이 강경파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쟁 이후 영향력을 확대해 온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군부 강경파의 존재가 협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이란 전문가 모하메드 아메르시는 "서방은 이란을 명확한 지휘체계를 가진 국가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무부와 협상해 결정이 내려지면 끝난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총과 드론, 고속정을 가진 세력이 최종 판단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호르무즈 해협 개방 선언은 군부가 아닌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먼저 밝혔다. WSJ은 외교 경험이 풍부하고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되는 그의 발언이 휴전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협상 진전을 위한 타협 의지를 보여주려는 신호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이란 내부에서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WSJ이 입수한 걸프 해역 선원들의 통신 녹음에 따르면 발표 당일 자신을 혁명수비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인물은 해상 무전을 통해 해협이 여전히 봉쇄 상태이며 통과 시 허가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협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명령에 따라 개방되는 것이지 일부 어리석은 사람의 트윗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같은 시각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도 외무장관의 소셜미디어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파 성향의 모르테자 마흐무디 의원은 해당 발언이 국제 유가를 낮추고 미국에 이익을 줬다며 아라그치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WSJ은 혁명수비대 고위 자문을 인용해 군부가 사전 조율 없이 발표가 이뤄진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혁명수비대가 전쟁 손실에 대한 보복 의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갈등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 같은 내부 긴장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종전 협상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미국과의 합의에 대한 강경파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대한 정치적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는 전쟁 초기에도 반복된 바 있다. 당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 완화를 시사했지만 강경파의 공개 반발로 정책이 번복된 사례가 있었다.
이란 지도부와 군은 전장 상황과 미국의 발언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지휘체계가 흔들리며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최고 권위자의 부재가 권력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안보 전문가 사이드 골카르 테네시대 부교수는 "최종 조정자가 사라지면서 파벌 간 권력 투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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