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역설] 기업대출 증가 속 연체율 상승… 은행 건전성 관리 과제 부상

  • 기업대출 연체율 0.76%, 전월대비 0.09%p ↑

  • 내수 부진·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상환 부담 커져

  • 5대은행 기업대출 860조…건전성 관리 과제 부상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내걸고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기업대출을 늘렸지만 동시에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라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연체율 상승까지 겹치며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5월(0.64%)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0.45%)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기업 부문의 건전성 부담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92%로 전월 대비 0.1%p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5월 0.9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소법인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1.02%로 전월 대비 0.13%p 상승하며,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1%대를 넘어섰다.

대기업 연체율 역시 2월 말 기준 0.19%로, 2023년 10월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국내 경기 악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 전반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가 반영되기 이전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위험가중자산(RWA)을 크게 늘린다. 이는 곧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압력으로 연결된다. 무수익여신 증가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까지 확대되면 수익성은 물론 자본 여력까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기업대출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와 오히려 상충하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에 힘을 실으면서 은행권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을 떠안고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체적으로 대출 규모를 관리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기업대출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생산적 금융 관련 신규 여신에 성과지표(KPI) 가점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경쟁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건전성 관리 없이 대출만 확대하는 것은 부실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세까지 겹치면서 건전성 관리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공격적으로 늘어난 기업 대출이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연체율 상승과 잠재 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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