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자재 수급 위기에 몰렸던 국내 건설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극적인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예고됐던 건자재 생산 차질과 건설 현장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일단은 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건설·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핵심 혼화제 원료인 나프타와 아스콘 수급 불균형으로 ‘현장 셧다운’ 위기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업계는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반응이다. 그간 중동 전쟁 여파로 단열재와 스티로폼, 레미콘 혼화제의 필수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한계치에 도달하면서, 이달 중순부터 자재 생산 공정 일부가 중단될 가능성까지 제기돼 왔다.
특히 나프타에서 추출되는 에틸렌 기반 ‘혼화제’ 공급이 흔들리면서 레미콘 출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레미콘은 공사 전 공정에 투입되는 핵심 자재인 만큼,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건설 현장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바닥나는 이달 중순부터 일부 업체의 출하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휴전 소식으로 원료 수급 정상화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휴전은 수급난으로 발주 감축 위기에 처했던 공공 토목 사업에도 단비가 될 전망이다. 아스콘 수급난 여파로 올해 1분기(1~3월) 토목 분야 CM 발주가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하고, 지방 종합건설업체들의 위기감도 확대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자재 수급 추이에 따른 대응 수위를 높여 건설 현장의 숨통을 틔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 비상경제 TF’를 통해 자재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한편, 금융당국과 협력해 고사 위기에 처한 업체들을 위한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수급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체감하는 ‘심리적 임계치’는 여전히 위태로운 수준이다. 대외 변수로 인해 평상시를 압도하는 과도한 자재 물량 쏠림 현상이 나타난 데다, 일부 첨가제 가격 상승으로 운반비 부담마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질적인 물량 부족보다 “일단 쟁여두고 보자”는 불안 심리가 시장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도 현장 밀착형 수급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중동 전쟁 자재수급 점검 간담회’를 열고 레미콘 원재료(혼화제) 제조업체들의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단순히 자재 확보 여부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민간 업체와의 핫라인을 통해 실시간 수급 현황을 공유하고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가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우려했던 확전은 잦아들었지만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 등 잠재적인 수급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수급 안정과 수요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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