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유 의존도가 높은 화물운송 시장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약 400만대에 달하는 화물차는 휘발유보다 정제 과정이 복잡한 경유를 사용한다.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면 운송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도입했다. 최고 가격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정해졌다. '전쟁 발발 이전 가격'에 '최근 국제 유가 변동률'을 반영해 결정했다. 중동 사태로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공급 가격(세전)을 기준으로 삼고 국내 기름값 지표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의 최근 2주간 평균 등락률을 곱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세금을 더해서 나온 가격이다. 이후에는 2주마다 국제 가격 변동률을 반영해 최고 가격 상한을 조정할 예정이다.
29년 만에 부활한 이번 제도는 국제 유가 급등을 억제하고 시장 과열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다. 가격 통제라는 측면에서 정책의 시의성은 인정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가격 결정에 대한 제한일 뿐이며 실제 비용 부담을 떠안는 화물차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은 아니다. 유가 상승의 충격은 여전히 말단 운송 종사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문제는 유가 급등기에는 이 보조금이 실질적인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격 상승 폭이 커질수록 추가 부담은 고스란히 차주 몫으로 남는다. 최근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하루 14시간 이상 운행해도 수지가 맞지 않아 차량 운행을 중단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유류가격 상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가보조금 지급 단가와 적용 비율을 현실화하고 지급 한도 역시 확대하는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 단순한 시장 통제가 아니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지원으로 정책이 확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화물운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짚어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한때 일몰 종료라는 혼란을 겪었지만 현재 재도입되며 일정 부분 시장 안정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적용 대상이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에 국한된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재 운송 역시 유사한 노동 강도와 위험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제도 적용에서 배제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안전운임제의 단계적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난 20여 년간 반복된 화물연대 파업은 결국 구조적 불안정에서 비롯됐다. 유가보조금과 안전운임제는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기능해 왔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부의 신속한 유가 대응은 긍정적이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에너지 가격 통제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비용을 감당하는 화물 차주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과 현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이중 안전판'이 절실한 시점이다. 화물운송업계가 국가 물류의 최전선에서 그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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